세탁소+라면, 아이스크림+가방… ‘콜라보 상품’ 경계 허물다

추구하는 방향성·목적성 부합땐
브랜드나 플랫폼 경계 없이 협업
이런 현상 MZ세대서 큰 환호 얻어

기업들이 다양한 협업 제품을 내놓고 있다. 브랜드나 플랫폼 등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세탁전문업체 크린토피아와 오뚜기 진라면의 ‘크린토피아로 깨끗해진라면’. 크린토피아·오뚜기 제공

이제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세탁전문업체가 라면회사와, 아이스크림이 백팩과 만나는 ‘기묘한 협업’이 뜨겁다. ‘협업 신드롬’을 촉발한 대한제분은 밀가루 상표 ‘곰표’를 앞세운 콜라보를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다른 상품군으로 늘려가고 있다. 곰표의 성공 스토리는 협업 제품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꿨다. 반짝했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꾸준히 소비자 선택을 받는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산업계에선 세탁소와 라면, 아이스크림과 가방, 소주와 목걸이 등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낯선 조합이 등장하며 ‘제2 곰표’ 자리를 노리고 있다.

2018년 시작된 곰표 열풍은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대한제분은 의류업체 4XR과 손잡고 ‘곰표 패딩’을 처음 선보인 이후 식음료부터 생활용품까지(맥주, 팝콘, 너겟, 나초, 쿠키, 아이스크림, 화장품, 노트, 치약, 주방세제, 프라이팬 등) 영토를 넓혔다. 특히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곰표 밀맥주는 협업 3사(상표권 소유 대한제분, 제조사 세븐브로이, 유통사 CU)가 모두 수혜를 본 성공 모델이다. 대한제분은 69년 역사를 지닌 곰표 브랜드를 MZ세대에 각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상품권 로열티 수익은 덤이다. 제조를 맡은 세븐브로이는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로 했다. 유통사 CU는 말표, 해표 등 이른바 ‘표’ 시리즈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곰표와 말표 상표를 붙인 상품 20여종의 올해 1~9월 월평균 매출은 전년 대비 9.4배(841.8%)에 이를 만큼 여전히 인기를 누린다.

기업들이 협업 상품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과거와 다른 소비문화도 자리한다. 스테디셀러를 위협할 만큼 탄탄한 충성고객을 확보한다는 가능성이 매력 포인트다. 곰표 맥주는 지난해 5월 출시 당시 이틀 만에 국산과 수입 맥주를 통틀어 매출 1위에 올랐다. 지난 30여년간 편의점 맥주시장에서 단독 판매하는 차별화 상품이 대형 제조사 제품을 누르고 1위에 오르기는 처음이다.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곰표 맥주, 말표 맥주는 CU의 전체 수제맥주 매출에서 60% 이상 비중을 차지한다.

비슷한 사례는 많다. 세븐일레븐이 지난 8월 견과류 전문업체 길림양행과 협업해 출시한 ‘세븐셀렉트 바프허니버터팝콘’은 판매량이 꾸준히 늘면서 지난달 스낵 판매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다. 편의점 스낵 카테고리에서 부동의 1위였던 새우깡을 밀어냈다. ‘숏다리’와 롯데제과의 ‘오잉’을 콜라보한 ‘세븐셀렉트 숏다리오잉’도 지난 6월 시장에 내놓자마자 허니버터칩, 포카칩 등 기존 스테디셀러들을 제치고 매출 최상위권에 올라섰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하이트진로 참이슬과 주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의 ‘이슬방울 목걸이’ ‘티아라 소주잔’, 빙그레와 삼성전자의 ‘바나나맛우유 모양 갤럭시 버즈2 케이스’, CU와 사조대림의 ‘해표 시리즈 12종’, 피자헛과 팔도의 ‘팔불출 피자’. 각사 제공

‘협업 상품’에 눈독을 들이는 건 미원, 삼육두유, 빙그레, 오뚜기 등 장수 브랜드들이다. 1967년 설립된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 메로나, 붕어싸만코 등 브랜드 경쟁력을 가진 스테디셀러를 바탕으로 다양한 협업을 하고 있다. 1975년 출시한 비비빅은 파리바게뜨와 손잡고 케이크, 셰이크 등을 선보였다. 1974년 출시한 바나나맛우유는 삼성전자와 함께 노란색 항아리 모양의 갤럭시 버즈2 케이스를 기획하기도 했다. 1985년 출시한 캔디바는 휠라와 함께 백팩, 크로스백, 각종 액세서리로 새롭게 태어났다.

장수 브랜드들은 변신과 변화를 통해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에 바짝 다가가려고 한다. 이는 ‘뉴트로(신복고)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곰표의 성공은 젊은 마케팅과 장수 브랜드의 안티에이징 전략이 낸 시너지 효과다. 이게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협업 마케팅’은 MZ세대가 불러일으키는 ‘품절대란’에 주목한다. 소비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는 MZ세대는 독특한 상품을 구매한 뒤 소셜미디어에 경험을 공유하는 데 적극적이다. 유통업계는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조합을 시도하고 있다.

우선 식품 간 협업이 일반적이다. 팔도는 비빔장이 여러 음식과 궁합이 좋다는 걸 이용해 피자헛과의 ‘팔불출 피자’, 파리바게뜨와의 ‘팔도비빔빵’ 등을 선보이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소셜미디어에서 색다른 비빔면 조합을 찾는 유행이 있다는 데 주목한 것이다. 투썸플레이스는 기네스와 협업해 흑맥주를 활용한 케이크를 선보였다. 롯데마트는 한성기업, 팔도와 함께 같은 해산물 계열의 식품을 조합해 ‘크래미 라면’을 출시하기도 했다.

세탁업체 크린토피아와 오뚜기 진라면이 손잡고 내놓은 ‘크린토피아 깨끗해진라면’ 같은 상상을 뛰어넘는 조합도 등장했다. 하이트진로 참이슬은 주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와 협업해 이슬방울 모양의 펜던트 목걸이를 내놓았고, 롯데푸드는 MZ세대에게 인기를 끄는 패션브랜드 널디의 디자인을 더한 돼지바를 내세운다.

여기에다 MZ세대가 모이는 플랫폼이나 서비스와의 협업도 늘고 있다. 롯데제과는 지니뮤직과 함께 과자·음악이용권을 함께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CJ제일제당은 고메 브랜드 기획전을 패션플랫폼 29CM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품 브랜드라고 해서 단순히 식품몰에만 입점하는 시대는 지났다. 추구하는 방향성과 목적성만 부합한다면 브랜드, 플랫폼도 경계 없이 협업하는 시대로 뻔하지 않은 행보가 MZ세대로부터 더욱 큰 환호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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