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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없는 ‘공공요금 동결’… 공기업은 ‘전전긍긍’

그린플레이션 우려속 원칙 고집
결국 부채 늘어 미래세대 빚폭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하반기 공공요금은 동결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열 양상인 물가를 고려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국감 현장에서는 상반된 목소리가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출신인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은 지난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 “전력 생산에 필요한 원가를 제대로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한 목소리를 냈던 정부와 공기업이 국제유가 등 원가 상승 압박과 탈탄소라는 정부의 가치, 대선 정국이라는 복합적인 상황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셈이다.

중국·미국·유럽연합(EU)지역의 에너지 수급에 타격을 입힌 ‘그린플레이션’(친환경을 뜻하는 그린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우려가 한국에서도 가시화하고 있다. 에너지 관련 공공요금 인상 요인은 점점 더 늘어나는데 정부는 요금을 억누르기 급급하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은 인상되는데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향후 더 큰 물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전력원가와 직결되는 주요 에너지원 가격이 모두 급등하면서 공공요금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 3대 국제유가 모두 20일 기준 배럴 당 80달러를 상회했다. 2014년10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석탄 가격도 중국 등 수요 증가로 인해 고공행진중이다. 전력생산 외에 난방 등으로도 활용되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폭등했다.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지난 15일 국회 산자중기위 국감에서 “지난해 7월 대비 LNG 가격이 10배 정도 올랐다.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18일 밝힌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60% 수준까지 줄이겠다는 구상도 그린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를 늘리는 계획이 포함된 만큼 비용을 수반한다. 정부가 2034년까지 조성하기로 한 20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이 시설의 발전원가는 ㎾h 당 276원으로 원전(54원/㎾h)의 5.1배에 달한다.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 방침은 굳건하다. 기재부는 이달 3%대로 예상되는 고물가를 고려해 연내 공공요금 인상은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인데 이 중 전기요금에 영향을 미치는 석유류 기여도가 0.84% 포인트에 달할 정도로 높다.

하지만 마냥 에너지 공공요금을 억누를 수는 없다. 대선 직후 요금인상이 집중되면 공공요금 발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물가 인상 뿐 아니라 미래세대의 부담도 늘어난다.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한전 부채는 급증하고 있다. 2017년 108조8243억원이었던 부채는 지난해 기준 132조4753억원으로 23조6510억원(21.7%) 늘었다. 손해분은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전 부채는 결국 전기요금 인상 등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간다“면서 “미래 세대에 전가될 빚”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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