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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자유를 달라”… 쿠바 넉달째 반체제 시위

경제 파탄으로 식량 배급 어려워
코로나 탓에 관광산업도 초토화
시민들이 주도 공무원까지 가담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인근에 있는 쿠바 출신 이민자들의 집단 거주지역인 '리틀 아바나'에서 지난 7월 12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쿠바의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전날 쿠바 전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악화 속에 식량·전력난마저 심화하자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 정부를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빵과 자유를 달라!’ 18세기말 프랑스 대혁명의 구호다. 230여년 전 파리를 뒤덮었던 이 구호가 21세기 몇 남지 않은 공산주의 국가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4개월 가까이 울려퍼지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7월 11일 전국적인 시위가 발생한 이후 쿠바는 지금까지도 끊임없는 반체제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이같은 반체제 시위는 1960년 공산 쿠바가 탄생한 이래 유래가 없었던 일이라 전하면서 “거의 파산상태에 도달한 경제로 인해 식량배급조차 받기 힘들어진 평범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고 있다”고 전했다.

쿠바 경제는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미국의 경제재제 조치가 다시 실시되면서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거기에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마지막 남은 젖줄인 관광산업마저 초토화시켰다. 정부가 전통적인 공산주의 방식인 생필품 배급체제를 제대로 유지할 수조차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경제적 궁핍이 사회 전 영역을 급속하게 뒤덮으면서, 쿠바인들의 반체제 감정은 폭발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신문은 “이전까지의 반체제 운동이 일부 반 사회주의 인사와 조직들에 의해서만 진행됐던 데 반해 이번 시위 사태는 평범한 쿠바 시민들 대다수가 반체제 대열에 가담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와 에너지 부족 사태, 폭망한 경제 상태가 원인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시위는 수도 아바나를 시작으로 쿠바 전역의 도시로 확대되고 있으며 근로계층 뿐 아니라 공기업 종사자, 의사 간호사, 심지어 공무원들조차 속속 반체제 대열에 가담하는 양상이다.

또 시위 규모가 커지면서 비밀경찰에 의해 체포돼 고문을 받고 수감되는 시민들도 크게 늘고 있다. 비밀경찰은 시위 대열 사이에 사복을 입고 끼어 있다 저녁시간 시위가 끝나 해산하는 시민들을 미행해 체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찰에 의해 미리 파악된 반체제 성향의 언론인 학자 전문직종사자 등은 예비 검속을 통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시위때만 1000명 이상의 시민이 이런 방식으로 체포·구금돼 구타와 고문을 당했으며 단순가담자만 석방되고 반체제 조직과의 연관성을 의심받는 일부 인사는 재판없이 수감돼 있다는 것이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이번 시위사태로 감옥에 수감된 정치범의 수가 쿠바 건국이래 가장 많은 상태다. 현재 이 단체가 명단을 확보한 정치범만 130명 이상이며 실제 투옥된 인원은 이보다 서너배는 많을 것이란 예상이다.

신문은 “신문·방송·미디어·관광업 종사자들마저 오는 11월 15일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쿠바 정부가 팬데믹으로 문을 닫았던 해외관광의 물꼬를 트는 첫 날을 기점으로 반체제 저항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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