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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수도 없고, 안 만날 수도 없고…” 靑 ‘文·明 회동’ 딜레마

‘대장동 수사에 영향’ 시선 우려
봉합 안 된 경선 후유증도부담
시기 상관없이 만남은 성사될 듯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2021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기념식에 참석해 비행복을 입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만남을 앞두고 청와대가 딜레마에 빠져 있다.

민주당원인 문 대통령이 선례에 따라 이 후보를 만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시점에서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도 회동의 적절성을 두고 이견이 여전하다. 이 후보를 만나기도 그렇고, 안 만나기도 애매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다만 시기와 상관없이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만남이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이 후보 측에서 면담 요청이 온 만큼 만남의 시점과 형식 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문 대통령이 당의 경선 절차를 통과한 이 후보와의 면담을 거부한다면 청와대가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부정하는 셈이 되고, 당청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당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고, 김대중·이명박 전 대통령도 당 경선 이후 대선 후보와 면담을 한 만큼 이 후보와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회동이 대장동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처럼 비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만약 이 후보가 문 대통령에게 자신은 의혹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문 대통령이 이에 호응할 경우 엄청난 정치적 후폭풍이 예상된다. 회동에서 대장동 관련 이야기가 나오지 않더라도 두 사람의 만남 자체가 수사기관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문 대통령은 검경에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것을 이미 지시했다. 청와대는 두 사람의 만남이 수사의 공정성 논란으로 이어질 경우 문 대통령이 임기 내내 강조해 온 ‘검찰 독립성’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수사 결과 대장동 의혹이 부동산 특혜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청와대의 고민거리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내 부동산 안정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수사 결과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이 후보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다면 부동산 특혜 척결을 주창해 온 문 대통령의 입장도 난처해질 수 있다.

민주당 경선을 두고 불거진 당내 갈등이 아직 봉합되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경선 불복 의사를 철회했지만 여전히 당내 앙금이 남아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당내 원팀 분위기가 형성돼야 회동의 부담은 덜고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경선 이후 이 전 대표와 아직 만나지 않았다. 이 전 대표 지지자 일부는 경선 결과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 후보가 나서서 이 전 대표를 포용하고, 일부 인사를 영입하는 모습을 보여준 이후에 문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 청와대와 이 후보 측 모두 원하는 그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만남은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회동 시점이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달 말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예정돼 있어 이번 주말 혹은 다음 주 초 만남 가능성이 나왔지만 청와대는 급하게 회동을 잡지는 않을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선 이후 후보와의 만남까지 최대 13일이 걸린 전직 대통령의 전례를 꼭 따를 필요는 없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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