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축 속도 따라잡기 버거워… ‘탄소 벼랑’ 산업계 안간힘

EU 탄소국경세 등 무역장벽 작용
발등에 불 떨어진 철강·정유·화학
탈탄소 기술 개발 나섰지만 ‘한숨’


기업들이 ‘탄소 벼랑’ 위에 섰다. 탄소가 수출길을 막는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3년부터 ‘탄소국경세’를 적용한다. 기준치를 맞추지 못하는 기업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은 기업의 탄소 감축 여하에 따라 투자금을 회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탄소 감축이 생존의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철강, 정유, 화학 등 국내 산업계는 탄소배출량 저감기술 개발 등 ‘돌파구 찾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탈탄소 기술 상용화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해 탄소 감축 이행 속도를 따라잡기 힘겨워한다. 아직 기술 개발은 시작단계이고, 기업마다 최선을 다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20일 산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기업을 상대로 탄소 감축 압박수위가 강해지고 있다. 블랙록, 네덜란드 공적연금(APG) 등 글로벌 대형 기관투자가들은 탄소 감축 노력이 부족하면 투자금을 회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애플, 구글, GM 등 글로벌 기업들은 잇따라 RE100(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선언했다.

우리 산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상향되면서 석유화학, 정유, 철강 등 에너지집약형 고탄소 배출 제조업체는 탄소 감축 흐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050탄소중립위원회는 NDC를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26.3% 줄이는 것에서 40% 감축하는 것으로 목표를 대폭 올렸다. 산업 부문에서는 철강 공정 전환, 석유화학 원료 전환, 시멘트 연료·원료 전환 등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2억6050만t에서 2억2260만t으로 14.5%를 줄이는 게 목표로 설정됐다.

정유업계는 정유 공정을 개선하거나, 정유사업을 대체할 미래 먹거리로 탈탄소 차세대 에너지사업에 진출하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에쓰오일은 최근 삼성물산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고효율 수소 연료전지, 친환경 바이오 디젤, 차세대 바이오 항공유 등의 생산·마케팅에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여수공장 생산시설 공정 개선작업을 벌였다. 가동 원료로 쓰던 저유황 중유 대신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액화천연가스(LNG)로 전량 대체했다.

철강업계는 ‘수소환원제철’ 등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신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포스코는 최근 수소환원제철 국제포럼을 개최하는 등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철을 생산할 수 있어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기술로 손꼽힌다. 발전사들은 신재생에너지 자체 조달 비율을 늘리는 등 탈탄소 발전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중이다.

석유화학업계도 발 빠르게 기존 플라스틱 공정의 주원료인 나프타를 대체하고 있다. 원유에서 나프타를 얻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그린 케미컬 기업’을 선언한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국내 최초의 나프타 분해공정인 NCC(제1 나프타분해공정)의 상업가동을 중단했다. SK지오센트릭은 2025년까지 울산에 열분해 및 폐페트(PET) 해중합 방식의 재활용 공장인 도시유전을 신설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여수·대산 공장의 에틸렌 생산 원료인 나프타 비중을 줄이고 LPG(액화석유가스) 사용량을 늘리는 원료 설비 효율화에 나섰다. LPG 설비 외에 대기오염원 배출 저감을 위한 공사를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탈탄소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탄소 감축 이행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산업계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은 “2030년까지 우리나라 산업생산의 지속적 증가가 예상되고, 우리 산업의 에너지 효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획기적인 탄소감축 기술 도입이 어렵다는 점 등이 우려스러운 요인”이라면서 “이 때문에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치 조정을 요청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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