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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커피 줄이기

요조 가수·작가


커피를 줄이고 있다. 위가 약해졌다거나 카페인에 예민해져서가 아니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때문에 커피를 끊었다고 말하는 경희대 지리학과 공우석 교수의 인터뷰를 읽고 나서부터 하는 일이다. 환경을 위해 육식을 지양하고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려 노력하는 내가 커피와 환경 파괴의 상관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 좀 충격이었다. 나의 식습관, 소비습관을 잘 들여다본다고 하면서도 놓쳤던 사각지대였던 것이다.

코로나19와 커피가 정말 아무 연관이 없을 것 같냐는 공 교수의 질문 역시 충격이었다. 바이러스가 어느 동물에게서 나왔든 그것은 생태 파괴로 서식지를 잃은 결과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전 세계인의 커피 소비를 감당하느라 적도 일대의 산림 생태계는 커피 경작지 중심으로 무서운 속도로 바뀌고 있고 그것은 일종의 파괴가 확실하다. 이 개연성을 인지하고 나자 그때부터 커피를 마시는 일이 무척 난처해지기 시작했다.

일단 집에서 모든 커피를 끊었다(대신에 보리차, 작두콩차, 도라지차 같은 걸 돌려 마시고 있는데 아직도 적응이 너무 안 된다). 밖에서도 몇 모금 마시지 않고 버리는 커피가 너무 많다. 확실히 사람들은 너도나도 커피를 습관적으로 권한다. 어딜 가도, 무엇을 해도 아메리카노 드실 거냐고 묻는다.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커피를 받아 거의 먹지도 않은 걸 버리는 짓을 그만두려고 사람들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러다 정말 커피가 간절해져서 손이 떨릴 지경이 되면 동네의 단골 카페를 찾아 오늘의 커피를 허겁지겁 주문한다. 이곳의 직원분은 정성스레 내린 핸드드립 커피를 주면서 꼭 이 커피가 어디서 왔는지 알려준다. 오늘은 케냐에서 온 커피라고 했다. 케냐는 가본 적도 없지만 무턱대고 상상해본다. 태양, 바람, 나무, 열매, 노동자의 땀, 케냐에서 한국까지의 거리…. 구체적으로 생각할수록 이 간단한 커피 한 잔은 무게와 상관없이 점점 무거워진다.

요조 가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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