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사설

[사설] ‘집값 고점’은 헛말이었나, 정부 예산엔 상승 반영하다니

정부가 내년 수도권 집값이 올해보다 5%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세입예산을 편성했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국세 수입 예산안을 짤 때 국토연구원 전망 자료를 활용해 집값이 올해보다 수도권은 5.1%, 지방은 3.5%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평소 같으면 내년 3% 수준의 성장률을 염두에 두는 정부가 부동산가격 상승을 전망하는 게 큰 하자로 보이지는 않는다.

문제는 시장을 향해 취했던 정부의 평소 스탠스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올 들어 수시로 ‘집값 고점’론을 외쳤다. 홍 부총리는 지난 6월 “서울 아파트의 실질가격이 과거 고점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7월에는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아파트 실질가격 등 지표들이 최고 수준에 근접하거나 넘어서고 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 큰 폭의 가격조정이 있었던 만큼 추격매수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니 섣불리 집 사지 말라는 얘기다.

그러던 정부가 정작 내년 수도권 집값이 올해보다 5% 이상 오를 것이라 예상했다니 국민을 속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치도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1.5%)의 3배 이상이다. 올 1~9월 서울 아파트값이 6.24% 올랐다는 정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와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 높은 수준이다. 앞에서는 집값 고점을 내세우더니 뒤에서는 집값 상승에 따른 세수 계산을 한 셈이다. 정부 말 듣고 집을 사지 않은 사람만 손해본다는 부동산 업계의 진리를 되레 공고히 해줬다. 기재부는 전문연구기관의 전망치를 활용했을 뿐 정부의 공식 전망이 아니라고 해명했는데 세수의 중요성과 부총리 발언의 무게를 고려하면 ‘눈 가리고 아웅’ 격이다.

벌써부터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지금이라도 집 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돈다. 집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정부 신뢰의 상실이란 것을 정부만 모르는 것 같다. 집권 5년 가까이 되도록 초지일관 시장에 실망을 주는 것도 능력으로 봐야 하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