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전체

[세상만사] 슬기로운 쇼핑생활

문수정 산업부 차장


곧 11월이다. 호모 콘수무스(Homo Consumus·소비하는 인간)를 위한 시기가 성큼 다가왔다.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살 수 있고 ‘득템’의 기회가 포진해 있는, 블랙 프라이데이(블프) 시즌이 다음 달 펼쳐진다. 쇼핑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도 ‘무언가 굵직한 걸 사야 한다면, 11월에 사시라’고 권한다. 이것은 철저하게 소비자 입장에서 쓰는 쇼핑 정보이기도 하다.

블프는 미국의 대규모 쇼핑 행사다. 매년 11월 셋째주 금요일에 절정을 찍는 할인 시즌을 말한다. 제조업체가 공장 문을 열고 유통업체가 창고를 개방해 재고 처리를 위한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펼친다. 우리나라의 호모 콘수무스들도 이때 해외 직구(직접 구매)로 동참하곤 했다.

약 10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이커머스 기업들이 블프 바람에 올라탔다. 11번가 ‘십일절’, G마켓·옥션 ‘빅스마일데이’가 대표적 행사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코세페)도 11월 1일 시작한다. 티몬, 위메프 등도 11월에 강도 높은 할인 행사를 펼친다. 대규모 프로모션 방식에 거리를 두는 쿠팡도 블프 시즌에는 합류한다. 그렇게 11월은 쇼핑의 계절이 됐다.

1~2년 전부터 시기가 조금 당겨졌다. 이커머스 업계 후발 주자인 롯데와 신세계가 한 걸음 먼저 쇼핑 시즌을 열면서다. 올해는 지난 18일 롯데온이 ‘롯데온세상’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시작하자마자 첫날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SSG닷컴은 오는 25일 ‘대한민국 쓱데이’에 들어간다. 벌써부터 쓱데이에 쓸 수 있는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코세페도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오프라인에도 소비자가 대거 몰릴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코세페는 온라인 쇼핑몰뿐 아니라 제조업체, 백화점, 아울렛, 대형마트, 편의점, 프랜차이즈, 전통시장, 소상공인 등이 동참한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2000개사 안팎의 참여가 예상된다. 이렇게 한 달 남짓 국내 상당수 소비재 기업과 유통·이커머스 기업이 이 시기를 공략한다. 그런데 이 모든 행사를 아우를 만한 용어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블프’라는 표현을 가져다 쓰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국은 최대 규모의 이커머스 기업 알리바바의 행사명 ‘광군제’가 블프라는 명칭을 밀어냈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한국식 이름을 갖지 못했을까. 이커머스 기업들이 저마다 자기만의 행사명을 쓰기 때문이다. 미국의 아마존, 중국의 알리바바처럼 한 기업이 압도적인 지배력을 가졌다면 얘기는 달랐을 것이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설명하며 기사를 써야 하는 게 다소 불편하지만 사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10개 안팎의 주요 기업이 경쟁 중이다. 상위권과 중하위권이 구분되고 있으나 승자독식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환경에서 가장 이익을 보는 것은 소비자다. 선택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다양한 혜택을 선보인다. 소비자는 그 가운데서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다. 이렇게까지 소비자 친화적인 환경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이런 날이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 소비자로서는 그저 모두 건재해주길 바랄 뿐이다.

끝으로 쇼핑의 계절을 보내는 호모 콘수무스의 제1 법칙을 상기시켜본다. ‘핫딜을 발견하면 일단 결제하라.’ 망설임은 품절을 부를 뿐이다. 살지 말지는 결제 후에 정하는 거다. 우리에겐 결제 취소가 있으니까. 상품 준비 전까진 폐를 끼치는 일이 아니므로,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 득템과 함께하는 슬기로운 쇼핑생활로 11월을 즐겨보자.

문수정 산업부 차장 thursda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