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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 대장동을 이해하는 키워드, 설계·측근·수사

남도영 논설위원


민관 개발 설계했다는 이재명
민간이익 몰아준 설계라는 野

"유동규 가까운 참모 아니다"
"측근이자 바지사장이 분명"

BBK, 대장동 수사 참고사항
수사와 대선, 이번엔 어떨까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을 보면서 설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대장동 주인공들은 설계를 잘하면 8000억원을 벌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일반 국민은 몰랐던 설계의 신세계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설계자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 생소한 부동산 용어, 복잡한 구조가 난무하는데 핵심은 설계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자신이 설계자임을 인정한다. 대장동 개발은 원래 민간개발로 추진될 예정이었으나, 이 후보가 ‘민간+공공’ 개발로 설계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공환수라는 개념을 도입해 5503억원을 미리 받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나머지 이익은 ‘민간이 알아서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민간 이익은 이 후보가 관여할 문제도 아니고, 알지도 못하는 사안이라는 논리다.

대장동 1타 강사 원희룡 전 제주지사나 국민의힘이 생각하는 설계는 조금 다르다. 대장동 개발은 민간이 8000억원을 쉽게 가져가도록 설계됐으며, 이 후보가 이런 구조를 설계했거나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주장이다. 이 후보가 민간이 많은 이익을 가져가도록 설계하거나 방임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여야 간 설계자 논쟁은 결론이 나지 않는 돌림노래에 그친다.

여기서 중요한 인물이 등장한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다. 이 후보가 설계한 민관 합작 개발 구조에서 민간의 이익을 극대화해준 인물이다. 야당은 유동규가 이 후보의 측근이자 대장동 설계의 ‘바지사장’이라고 본다. 그의 이력을 보면 이 후보와 관계가 깊다. 유동규는 2008년부터 당시 변호사였던 이 후보와 인연을 맺었고, 이 후보의 성남시장 선거를 두 번 도왔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맡았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대장동 개발 특혜를 주도한 곳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유동규는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에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몰아주도록 규정을 바꾸고 인사권을 휘둘렀다. 2018년에는 경기관광공사 사장도 지냈다. 10년 이상 주요 보직에서 이 후보와 함께 일한 셈이다. 이 후보도 유동규와의 관계를 설명할 때는 말이 조금 꼬인다. 처음에는 “제가 관리한 직원”이라고 했다가 지난 18일 국정감사장에서는 “정치적 미래를 설계하거나 수시로 현안을 상의하는 관계는 아니다. 제가 정말 가까이하는 참모는 그 ‘동규’로 표현되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했다. 20일에는 “선거를 도운 것, 관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정말 중요한 인물이었다면 (본부장이 아닌) 사장을 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가까이하는 참모가 아니라면, 조금 가까이하는 참모나 그냥 참모라는 의미일까. 본부장은 중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일까. 어쨌든 측근이라는 말이 법률 용어도 아니고, 측근이 비리를 저질렀다고 이 후보가 법적 책임을 질 필요도 없다.

남은 것은 검찰 수사다.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법원은 그동안 갈등의 심판자 역할을 해왔다. 검찰 힘빼기를 추진했던 문재인정부 사람들도 일이 생기면 검찰에 고발부터 한다. 지금 대장동 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알 수 없다. 참고할 만한 과거 사례가 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BBK 주가조작 사건이다. 박근혜 후보 측이 먼저 의혹을 제기했고, 대통합민주신당이 이명박 후보를 고발해 이뤄진 수사였다. 검사 11명으로 이뤄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한 달간 수사 끝에 김경준을 횡령 및 증권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명박 후보는 주가 조작에 관여하거나 김경준과 공모하지 않았으며, BBK는 김경준 것이고, 다스가 이 후보 것이라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론이었다. 윤석열 검사가 파견됐던 특검 역시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다스가 이 후보의 것임이 확인된 것은 10년 뒤인 2018년 3월이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은 유동규와 일부 인사가 기소되고 이 후보 관련 의혹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려지지 않을까. 야당의 비판에 강공으로 맞서는 이 후보도 결국은 ‘민간 개발 이익 구조를 몰랐고, 유동규가 그럴 줄 몰랐다’는 프레임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4년 전에도 그랬다. 덧붙이자면 2007년 대선에서 ‘BBK와 다스는 누구 것입니까’만 외쳤던 대통합민주신당은 압도적인 표 차로 패배했다. 이번에는 어떨까.

남도영 논설위원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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