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사설

[사설] 김영란법 뿌리 뒤흔든 국민권익위원장의 발언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가까운 공직자에게 무료 변론을 하더라도 청탁금지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반부패 정책을 총괄하고 청탁금지법을 주관하는 권익위 수장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심케 하는 독직성 발언이다. 문제 발언은 20일 국회 정무위 종합감사장에서 나왔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무료 변론 의혹과 관련해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변호를 맡는 것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느냐”고 질문하자 전 위원장은 “지인이나 친구 등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는 무료로 변론할 수도 있다”면서 “그 자체로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사회상규에 의한 금품의 경우 청탁금지법으로 의율하지 않는 예외 조항이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청탁금지법 8조에는 장기적 지속적 친분을 맺고 있는 자가 질병·재난 등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공직자에게 제공하는 금품을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지사였던 이 후보를 어려운 처지의 공직자로 볼 수 없다는 점은 굳이 따져보지 않더라도 자명하다. 이 지사도 국감에서 5개 재판에 선임한 변호사가 14명이고 변호사비는 2억5000만원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전 위원장이 청탁금지법 예외를 언급한 것은 같은 당 소속인 이 후보를 감싸려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결과는 권익위의 정치적 중립성 침해와 청탁금지법 제정 취지의 훼손이다.

청탁금지법은 권익위 3대 위원장이던 김영란 전 대법관이 2012년 발의했고, 2016년 법 시행 때부터 권익위는 적용 사례 등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려왔다. 그런 기관의 후대 수장이 법 취지를 뿌리째 흔드는 발언을 한 책임은 무겁다. 공직자 부패를 막아야 할 권익위가 부패의 합법적 통로를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권익위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거취와 관련한 전 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