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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완의 과제 남겼지만 ‘뉴 스페이스’ 시대 앞당긴 누리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어제 우주로 날아올랐다. 순수한 우리 기술로 제작·시험·발사의 전 과정을 완수했다. 1단 로켓부터 더미 위성 분리까지 비행절차를 순조롭게 마쳤으나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했다. 새로 개발된 발사체의 첫 발사 성공률은 세계적으로 27%에 불과하다. 낮은 확률의 벽을 넘지 못하고 미완의 과제를 남겼지만, 중량 1t 이상 실용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독자 기술 확보에 근접했다. 2013년 나로호 발사로 세계 11번째 스페이스 클럽 국가(위성 발사 로켓 개발국)가 된 한국은 내년 5월 누리호 2차 발사에 성공할 경우 세계 7번째 실용위성 발사국이 된다.

누리호는 민간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로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우주는 이제 거대한 시장이자 산업이 됐다. 서구는 정부가 선도하는 ‘올드 스페이스’ 패러다임을 넘어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 등 민간 기업이 우주산업을 이끌며 경쟁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 같은 정부기관이 민간에 기술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이런 기업이 등장했다. 12년간 진행된 누리호 개발에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300여개 국내 기업이 참여했다. 약 2조원 예산 중 1조5000억원이 이런 기업에 투입됐다. 이는 KAI가 ‘민간 우주센터’를 건설하고, 한화그룹이 ‘스페이스 허브’란 기구를 꾸려 우주 사업에 뛰어드는 동력이 됐다. 한국은 후발주자지만 아직 골든타임이 남아 있다. 민간 부문의 우주산업 생태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국내 우주 분야 투자는 발사체·위성 개발에 75% 이상 쏠려 있으며, 우주개발진흥법 등 관련 법률도 기본법 수준에 머물러 상업적 활동을 뒷받침하기엔 미흡하다. 투자 다변화와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 다음 달 총리급 기구로 격상되는 국가우주위원회가 컨트롤타워로서 큰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닌 ‘우주경제’는 우주 탐사뿐 아니라 관련 지식과 기술의 활용 분야를 포괄한다. 정수기부터 내비게이션까지 일상의 수많은 제품이 우주기술에서 파생됐다. 다양하고 광범위한 우주 파생·후방산업 분야에 많은 스타트업이 뛰어들 수 있도록 모태펀드 조성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유럽의 작은 나라 룩셈부르크는 우주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택해 3년 전 국가우주위원회를 설치했다. 당시 룩셈부르크 경제부총리가 했던 말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우리의 목표는 달에 가는 것이 아니라 달에 가려는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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