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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선 높아지는 비트코인… ‘2017 폭락’때와는 다르다

[스토리텔링 경제] 美 뉴욕증권거래소 ETF 상장

연합뉴스

미국 월마트를 찾은 소비자는 이제 생필품과 함께 비트코인을 살 수 있다. 최근 현금으로 비트코인을 살 수 있는 무인 단말기 200대가 월마트에 설치되면서다. 온라인 소셜미디어인 트위터에서는 비트코인을 주고받는 게 가능하다. 트위터는 지난달 이용자 간 후원금을 보낼 때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대표적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어느새 일상 속에 성큼 다가왔다. 약 400년 전 튤립 투기와 비교되던 2017년 상승장과는 인식과 환경이 달라졌다. 올해 상반기 정점을 찍고 내려가나 싶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주 최고가(6만6975달러)를 새로 썼다. 원화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도 8175만원까지 치솟았다. 이전보다 지지선이 확연하게 높아지는 모양새다.

24일 오후 4시 기준 비트코인은 다소 하락한 6만 달러 선에서 머물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원화로는 7400만원 선이다. 상승 랠리를 앞두고 일시적 숨 고르기를 하는 것인지 추세가 꺾여 본격적인 조정기를 맞은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비트코인의 향방을 결정지을 요인은 결국 두 가지로 압축된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서의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기능을 갖출지, 제도권 금융시장에 편입될 수 있을지 여부다.

금 대신 비트코인?

비트코인은 전통적인 안전 자산인 금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80달러를 넘어서고 원자재값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 위험을 분산하려는 투자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헤지에 대한 수요를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이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몇 주 동안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지만 금은 투자자들의 불안함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지난 21일 전했다. JP모건에 따르면 올해 세계 최대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서 100억 달러(약 11조7700억원)가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 반면 비트코인 관련 펀드에 유입되는 자금은 늘고 있다.

JP모건 전략가들은 “비트코인이 금보다 더 나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라는 인식이 자금을 금 ETF에서 비트코인 펀드로 넘어가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가격은 (역사상) 인플레 국면에서 가격이 상승했다”며 “원자재값 상승과 공급망 병목현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높아지고 있고, 비트코인은 인플레 헤지 수단으로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기관투자


비트코인 관련 ETF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되면서 비트코인이 제도권 금융시장에 편입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미 자산운용사 프로셰어의 비트코인 ETF는 상장 첫날 거래량만 10억 달러(약 1조1700억원)를 넘겼다. ‘서학 개미’들도 같은 날 국내 대형 증권사 4곳을 통해 해당 종목을 1000만 달러 이상 사고팔았다. 자산운용사 발키리는 두 번째 비트코인 ETF를 출시했다.

해당 ETF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 계약을 추종한다. 선물 계약은 미래의 특정한 시점에 약정된 가격으로 사고파는 방식으로 거래한다. 현물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비트코인이 제도권 금융시장에 편입되는 신호로 보고 있다. 선물이 아닌 실물 비트코인에 기초한 ETF가 나온다면 투자심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기관투자가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투자를 적극 늘리고 있다. 가상자산 정보회사 ‘코인셰어스’에 따르면 현재 기관투자가들이 보유한 운용자산(AUM)은 총 723억 달러(약 85조13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비트코인 비중은 69.6%에 달했다. 연기금도 투자에 나섰다. 미 텍사스주 휴스턴의 소방관 구호·퇴직급여 펀드는 자산운용사 자회사를 통해 약 2500만 달러(약 294억원) 상당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사들였다.

급락 위험은 상존

제도권 편입 기대감 등이 높아지면서 비트코인이 연내 1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지만 낙관론만 팽배한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이 언제라도 급락할 수 있는 위험 요소가 시장에는 존재한다.

과세와 규제는 비트코인이 당면한 문제다. 정부는 당장 내년 1월부터 250만원이 넘는 암호화폐 시세차익에 20%의 양도소득세를 매길 계획이다. 과세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부의 징세 의지는 강하다. 중국 등 일부 국가의 규제 움직임이 계속되는 것도 불안을 키운다. 중국인민은행은 지난달 24일 암호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하며 “암호화폐 관련 업무 활동은 불법적인 금융 활동에 속한다”고 못 박았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은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극대화하는 요소다. 테이퍼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금리가 인상되면 달러 가치가 오르고 유동성이 회수된다. 찰리 모리스 바이트트리 자산운용사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지난 8월 “역사적으로 테이퍼링은 비트코인에 역풍이었다”고 했다. 올 하반기 비트코인이 반등한 배경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을 늦출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암호화폐)도 들썩이고 있다. 비트코인이 상승한 후 조정세를 보이면 알트코인이 따라 오르는 과거의 패턴이 재현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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