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종전선언 등 아이디어 모색… 북 SLBM은 도발”

종전선언 조건으로 北이 내건
‘이중기준 철회’는 불수용 천명
전문가 “종전선언 카드 재검토를”


성 김(사진)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워싱턴에서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한 지 엿새 만에 서울을 찾았다. 김 대표는 24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난 뒤 “한국의 종전선언 제안을 포함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이니셔티브를 모색해 나가기 위해 노 본부장과 계속해서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그러나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도발(provocation)’로 규정하며 북한의 무력 증강에 대해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종전선언의 선결조건으로 북한이 제시한 ‘이중기준 철회’를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미국이 종전선언에 대한 법적 검토와 문안 협의 등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전보다 유연한 자세로 종전선언 카드를 들여다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 18~19일 한·미,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하고 그 결과를 놓고 미 정부 내에서 논의한 김 대표가 이번 서울 방문 때 좀 더 진전된 입장을 내놓을 수 있겠다는 전망도 나왔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날도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스탠스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오히려 북한 SLBM에 우려를 표하는 데 발언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북한을 향해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 등 외교안보부처 수장들이 지난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SLBM 시험발사가 도발이 아니라고 말한 것과 배치된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김 대표가 공개적으로 ‘도발’을 언급한 건 이중기준 문제를 놓고 한국과 이견이 있음을 드러내고, 정부 인사들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15일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을 때만 해도 ‘도발’로 규정하며 우려를 표명했지만, 이중기준 철회를 종전선언 및 대화 재개의 선결조건으로 내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지난달 24일)가 나온 이후부터는 ‘도발’ 표현을 빼고 ‘강한 유감’만 표하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이중기준 철회를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두고 외교가에선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등 안보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국제법으로 금지한 이유는 이것이 핵무기 운반수단이기 때문인데, 지금 북한의 이중기준 철회 요구는 자신들의 불법과 우리의 합법을 똑같이 취급해 달라는 꼴”이라며 “정부가 합법과 불법의 차이를 명확히 해 북한의 논리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종전선언 카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과거엔 전략·전술무기를 교환의 대상으로 올렸으나 이제는 자위권 차원에서 무기 개발은 불가역적으로 달성하고 대미 관계는 별도로 개선을 도모하는 ‘투트랙’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북·미 협상에 들어가더라도 미사일은 비핵화의 협상 대상으로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대화 재개 수단으로서의 종전선언과 별도로 북한의 무력 증강을 동결하는 장치를 적극 구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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