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동기, 수법, 직원들 쉬쉬… ‘생수병 사건’ 의문들

동료 “피해자 성격 모난 사람 아냐”
경찰, “지방 발령 불만” 진술 수사
병서 독극물 검출 안돼… 수사 난항


서울 서초구의 한 회사에서 생수병에 든 물을 마신 뒤 의식을 잃은 남성 직원 A씨(44)가 사건 발생 닷새 만인 23일 끝내 숨졌다. 직장 동료들은 독극물을 탄 것으로 의심되는 숨진 B씨에 대해 “지방 발령을 두고 회사와 갈등이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B씨에게 적용된 혐의를 특수상해에서 살인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A씨가 사망하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도 의뢰한 상태다.

피의자는 명확해 보이지만 범행 동기와 경위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회사 동료들은 숨진 A씨에 대해 경찰에서 “부하 직원을 괴롭히거나 성격이 모난 사람이 아니다” “대하기 까다로운 인물이 아니다” 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 역시 조용하고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게 직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현재 경찰은 회사 서울사무소 직원 60여명 전원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직원들은 범행 동기 부분과 관련해 ‘지방 발령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경남 사천 본사에서 근무하다 2~3년전쯤 서울로 발령받아 상경했다. 그는 최근 팀장급인 A씨로부터 “사천으로 복귀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으며 “복귀가 어렵다. 서울에 계속 있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두 사람 간 갈등이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

한 직원은 국민일보에 “B씨가 서울에 삶의 기반을 쌓아 놓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다시 지방으로 돌아가는 것을 큰 스트레스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고 전했다. B씨가 업무 역량 평가에서 일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진술도 나왔다.

피해자들의 몸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독성 물질이 주입됐는지도 의문이다. 국과수 감식 결과 회사에서 수거한 생수병에서는 독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은 현장 보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과 생수병이 아닌 다른 경로로 피해자들 몸에 독극물이 유입됐을 가능성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회사가 사건 신고를 고의 지연한 것인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회사 측은 사고 직후 직원들에게 ‘비치된 생수를 마시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119 신고는 있었지만, 별도 경찰 신고는 없었다. 신고는 지난 18일 사건이 발생한 지 8시간가량 지난 시점에 A씨가 입원한 병원을 통해 이뤄졌다. 한 직원은 “사건 이튿날 (피의자) B씨가 결근했을 때 생수를 마시고 탈이 난 게 아닌지 걱정했을 정도로 범죄 연관성은 짐작하지 못했다”며 “첫날은 식중독 정도를 의심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쓰러진 C씨는 증상이 경미해 퇴원했다. A씨보다 먼저 생수를 마신 것으로 전해진 C씨의 증상이 A씨와 달랐던 점도 풀어야 할 의문이다. 소방서 관계자에 따르면 C씨는 발작 증세가 있었지만, 의식이 있었고 1시간 뒤 쓰러진 A씨는 식은땀을 흘리고 구토 증상을 보이다 의식을 잃는 등 의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이형민 박민지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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