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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동 칼럼] ‘대장동 게임’, 이제 국민의 시간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사업설계
얽히고설킨 정치권 로비구조
부패한 권력의 스캔들 경연장

대장동과 대선의 만남은 비극
거칠어진 입, 커지는 정치혐오
가벼움의 극치 보인 대선 후보

가슴 멍든 국민, 왜냐고 묻는데
실체 규명 의심 받는 검찰 수사
진실은 결코 덮어지지 않는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승자독식의 처절함을 보여준다. 오직 최종 승자만이 과실을 독차지하는 구조다. 동시에 인간의 비열함을 고발한다. 대선이 그렇다. 이긴 자만이 모든 것을 독차지하는 오징어 게임의 판박이다. 대선이 ‘대장동 게임’이 됐다. 대장동 블랙홀에 빠진 대선은 ‘이재명 게이트’ 대 ‘국민의힘 게이트’로 진화했다.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야당의 공격에 여당은 ‘돈 받은 자가 범인’이라고 받아쳤다. 도긴개긴이다. 진실은 온데간데없고, 정치혐오만 부추긴다. 시간이 흐를수록 입은 거칠어지고, 의혹은 여야를 넘나든다. 상대를 향해 ‘감옥 갈 사람’이라고도 몰아붙인다. 사생결단의 이전투구다. 그러면서도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는다. 품격은커녕 부끄러움이라곤 눈곱만치도 없다. 이처럼 대장동 의혹과 대선의 만남은 비극이다.

대장동 의혹은 부패한 권력의 스캔들 경연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 유력지 르몽드와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오징어 게임에서 한국의 부패한 정치 상황을 포착했다”고 아프게 찔렀다. 오죽했으면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마저 “오징어 게임의 진짜 주인공은 (남측) 대선 후보들”이라고 조롱했을까. 부끄럽다. 의혹의 핵심은 간단하다. 이해할 수 없는 사업설계와 얽히고설킨 로비구조다.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넣지 않아 민간 기업에 천문학적 이익을 제공하도록 설계한 사람은 누구인지, 그 과정에서 돈이 오간 사실이 있는지, 있다면 누가 받았느냐다. 항간에서는 기자의 일탈로 몰아가고 있으나 가당치 않다. 대선 후보, 대법관, 국회의원, 특별검사, 검찰총장 출신 등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줄줄이 엮인 이 거대한 부패의 피라미드를 일개 기자가 쌓아 올렸다는 걸 누가 믿겠는가.

국회 국정감사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으나 삿대질만 하고 끝냈다. 정당이 아니라 마치 이익공동체 같다. 정치권이 상대에게 어떤 프레임을 씌우든, 어떤 낙인을 찍든 세 치 혀에 쉽게 넘어갈 어리석은 국민은 많지 않다. 한 명을 영원히(모두를 잠깐) 속일 수는 있어도, 모두를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고 하지 않던가. 피감기관의 장으로 나선 어떤 대선 후보는 이죽이죽 웃었다. 코미디다. 손바닥에 왕(王)자를 새겼던 다른 후보는 ‘개 사과’로 논란을 자초했다. 차라리 조롱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들이 이러하니 국정철학을 묻고 따진다는 게 오히려 민망하다. 돈과 권력에 눈먼 그들에게 진실을 기대하는 건 애당초 사치였다. 기대난망이요, 가벼움의 극치다.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을 졸(卒)로 보지 않고서야 어찌 이럴 수 있는가. 그래도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

정치권은 그렇다 치더라도 검찰의 대장동 수사는 삼척동자도 헛웃음을 짓게 한다. 성남시장실과 비서실 압수수색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영장엔 배임 혐의를 적용하더니 정작 기소할 땐 뺐다. 이러니 ‘쇼’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게 아닌가.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는지 모르지만 국민은 ‘왜’냐고 묻는다. 지극히 상식적인 의문이다. 이게 민심이다. 가볍게 여겨선 안 되는 이유다. 게다가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그분’은 “정치인 그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압수수색도, 철저한 계좌추적도 없었는데 그 말을 믿으란 말인가. 진실의 열쇠는 관련자의 입이 아니라 돈 흐름과 증거에 있는데 검찰 수사를 보면 답답하다 못해 애처롭다. 훗날 검찰의 흑역사로 기록될 수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나 대장암이 의심되는 환자의 대장 검사는 않고, 위 검사를 한 뒤 용종이 몇 개 있다고 진단을 내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국민을 개, 돼지로 보지 않고서야 이럴 순 없다.

다시 ‘오징어 게임’을 소환한다. 대장동 의혹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보다 더 기막힌 ‘대장동 게임’이다. 누가 기획했고, 누가 연출했으며, 누가 주연인가. ‘그분’은 과연 누구인가. 대장동 게임의 ‘깐부’는 또 누구인가. 교묘한 말장난으로, 또는 오염된 수사로 한순간 진실을 덮을 순 있다. 그러나 진실은 결코 침묵하지 않는다. 수많은 역사적 경험에서 확인된 바다. 대장동 게임은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서민의 절망과 좌절을 밟고 쌓아 올린 부패의 바벨탑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지금 국민들 가슴은 시퍼렇게 멍들었고, 납덩이처럼 무겁다. ‘테스 형’에게 ‘세상이 왜 이래’라고 물어보고 싶다. 이제 국민의 시간이다. 두 눈 부릅떠야 한다.

박현동 편집인 hd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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