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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년서울의 기치와 가치

한기영 서울시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정과 상생의 청년서울을 만들겠노라 의욕적인 첫발을 내디딘 지 벌써 반년에 가까워졌다. 이 시기에 살펴보는 청년서울의 기치는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청년 자립을 목표로 추진 중인 청년수당과 취업장려금, 청년월세 및 임차보증금 지원, 연간 2000명의 4차 산업 기술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 청년취업사관학교, 그리고 ‘서울비전 2030’을 통해 밝힌 청년동반 성장도시·청년활력 프로젝트 등의 내용은 현 서울 시정의 방향과 목표를 명확하게 조망하며 청년서울을 향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청사진을 향한 스포트라이트가 화려해질수록 등잔 밑 그늘처럼 드리워지는 현실도 상존한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 수가 전년 대비 4.4% 감소한 가운데 20대 자살자 수는 12.8%나 증가했다. 심각한 취업난으로 경제적 빈곤을 겪는 청년층에서 유독 자살률이 증가한 것이다. 한편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1인 가구 비중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와 맞물린 청년층의 절박한 상황은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위기감과 연대적 책임을 불러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7월 출범한 1인 가구 특별대책 추진단을 통해 청년의 고립과 단절 문제에 대해서도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실태 조사가 이제야 본격화된 상황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의 절규가 외면받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 행정이 모든 영역에 존재할 순 없지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체계가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은 명백한 일이다.

선언이 아닌 실천의 영역에서 되짚어본 청년서울의 기치는 어떨까? 청년과의 적극 소통을 강조했던 것에 반해 현 시장 취임 이후 135건에 달하는 현장 행보 중 청년 관련 내용은 서울창업허브 방문, 캠퍼스타운 정책 협의회, 이전 재임 시절 출범시켰던 동행봉사자 매칭데이 단 3건뿐이다. 그중에서도 청년의 코로나 블루에 대해 현장 목소리를 직접 청취할 수 있었던 기회는 전무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청년서울의 새로운 기치를 든 행보치고는 다소 의아하다. 아마 지금의 서울시에는 하루 생계가 걱정인 청년들을 만날 수 있는 뾰족한 경로가 없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짐작한다. 청년의회를 구성하고, 서울시청년기본조례를 만들며 청년의 목소리로 청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애써왔던 그 헌신과 지난한 발자취를 ‘시민단체 ATM’으로 전락했다고 생각하는 관점에선 그 어떤 경로도 떠올릴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청년’이란 단어를 내세우면서 정쟁과 시류의 부침에 따라 청년을 차별한다는 것은 결코 온당하지 못하다. 어떤 아름다운 단어로 비전과 가치를 설명할지라도 그 토대는 현실에 근거해야 한다. 오 시장은 청년서울이 ‘어떤 청년인가?’라는 명제를 두고 공정과 상생의 준엄한 잣대 앞에서 스스로 만든 딜레마에 빠져들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기영 서울시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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