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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넷플릭스의 무임승차 더 이상은 곤란하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오징어 게임’의 열풍으로 다시 불거진 넷플릭스의 무임승차 논란을 지켜보면서 미국에서 회자되는 우스갯소리가 떠오른다. 칠흑같이 어두운 길을 걷던 한 행인이 동전을 떨어뜨리고는 한참을 찾다가 포기한다. 다시 길을 걷다가 불빛이 밝은 길에 접어들자 잠시 전에 잃어버렸던 동전을 불빛 아래서 찾기 시작한다. 새로운 상황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그저 익숙한 접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어리석음을 풍자하는 농담이다.

인터넷은 1969년 미국 국방부에 의해 개발됐지만, 국가연구재단이 공적 자금을 투입해 대학과 연구소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로 성장시킨다. 1990년대에 접어들어 인터넷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가연구재단은 공적 자금 투입 중단을 결정하고 민간사업자들이 참여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생산해서 송신하는 대학과 연구소, 그리고 생산된 콘텐츠를 수신해 사용하는 대학과 연구소, 양측 모두 사용료를 납부한다.

하지만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거래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보다 유용한 콘텐츠를 인터넷에서 유통시켜 시장을 성장시키고자 했던 통신사들은 사용자 중심의 과금 체계를 만들어 기업들이 낮은 비용으로 다양한 가치를 생산해 사용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 이후 인터넷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날로 증가하는 통신망 사업자들의 시장 지배력을 견제하고 시장 혁신을 위한 창업과 기업 투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각국 정부는 모든 통신망 사업자들이 모든 콘텐츠를 차별 없이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 개념을 제도화한다.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사업자들은 인터넷에 무임승차해 거대 공룡 기업으로 성장한다.

넷플릭스와 같은 공룡 콘텐츠 사업자들의 등장으로 데이터 전송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더 이상 이들의 무임승차를 방치하면 인터넷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인다. 미국 정부는 결국 망 중립성을 포기했고, 우리 정부는 과도한 데이터 전송량을 유발하는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통신망 사용료를 일부 부과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시행령을 지난해 말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의 모호함과 낮은 수준의 처벌로 해외 기업에 대한 법의 적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터넷 서비스 사업은 양면의 시장 특성을 가진 플랫폼 사업이다.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콘텐츠 사업자, 사용자 등 인터넷 생태계를 구성하는 주체들의 책임과 권한을 시장 상황에 맞게 재정의하고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보상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공적 자금이 아닌 민간 투자로 구축되고 운영되는 통신망을 여전히 공공재로 인식하면서도 정부 지원이 아닌 규제만으로 인터넷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모든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통신망 사용료를 부과하되, 시장의 혁신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범위에서 성숙기에 접어들지 못한 산업이나 기업에 대해 통신망 사용료 부과를 유예하는 접근이 유효할지도 모른다. 메타버스와 같이 엄청난 데이터 전송량을 요구하는 새로운 시장의 지속적인 출현은 논란의 또 다른 기폭제가 될 것이다.

또한 통신망 사업자들은 스스로를 플랫폼 사업자로 인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금 체계를 비합리적인 단위 데이터 가격에 기반을 둔 정액제에서 합리적인 단위 데이터 가격에 기반을 둔 종량제로 바꾸고, 단위 데이터 가격은 원가를 기반으로 콘텐츠 수요와 공급에 의해 탄력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 전송량에 대한 비용을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사업자, 사용자, 그리고 통신망 사업자가 나눠 부담하는 새로운 틀을 만들지 못하면 더 이상 인터넷 서비스 품질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과 마주할 것이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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