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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 정부 지원사업, 간접비를 평가하라

김민호 한국개발연구원 재정투자평가실장


1조5179억원. 올해 창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창업지원 예산 규모다. 창업지원 사업만 194개에 달하며 15개 중앙부처(90개 사업)와 17개 광역지자체(104개)에서 32개 기관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창업지원 예산은 일자리 창출, 기업 육성의 목적으로 2016년 약 6000억원 규모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방대한 예산과 수많은 사업을 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재직하는 연구자로서 본능적으로 묻게 된다. 나를 포함한 국민의 세금은 의도한 대로 창업기업을 잘 돕고 있을까? 보다 엄격하게는 나 자신에게 물어야 하기도 하는 질문이다. 내가 한 연구는 정부 정책을 개선하는 데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가?

필자는 한 연구에서 창업지원 정책의 효과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사업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예를 들면 대상만 다를 뿐 유사한 기능을 하는 사업이 부처 내 혹은 부처 간에 동시에 시행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지원 대상도 유사해 같은 기업이 여러 사업의 지원 수혜를 받기도 한다. 각 지원 사업을 담당하는 기관 운영에 필요한 간접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에 정부 재정을 비효율적으로 쓰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유사한 사업 간 비교를 통해 효과성 면에서 현저히 떨어지는 사업의 경우 사업을 중단하거나 통합 운영을 통해 간접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그를 바탕으로 사업 간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다.

엄밀한 평가를 통한 사업 효과성 판단 이전에 간단하게 세금이 낭비되지 않는지 가늠할 수 있다. 정부 지원 사업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해당 사업에 편성된 예산 중 실제 기업에 지원된 금액의 비율을 이용할 것을 제안한다. 창업 사업화 지원 사업에 100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고 하자. 해당 사업을 맡은 공무원 인건비, 기관 운영비 등에 40억원이 쓰였다고 하면 실제 기업에 지원된 금액이 60억원으로 해당 사업 예산의 60%가 목적한 기업 지원에 투입됐다. 40억원은 간접비에 해당한다. 기업의 간접비(Overhead Ratio) 비율은 총소득에서 재화나 서비스 생산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운영비 비중을 의미한다. 간접비가 낮을수록 순이익이 높아지기에 기업은 재화나 서비스 질을 유지하면서 간접비용을 줄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한다. 자선·구호단체 등 비영리기관의 경우 모금된 기금에서 수혜자에게 지원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간접비로 간주하고 그 비율을 비영리기관 성과 평가에 활용할 수 있다.

간접비 비율 개념을 정부 지원 사업에도 적용해보면 어떨까. 재정 지원 사업의 예산 중 수혜자에게 지원된 금액을 뺀 나머지 비용을 해당 사업 예산으로 나눈 비율을 간접비 비율로 정의하고 사업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간접비를 무조건 줄이는 것이 정부 지원의 효과성을 높이는 일은 아니다. 간접비에는 사업 효과성을 평가하는 비용과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운영비, 해당 사업을 운영하는 기관과 관련 부서 공무원 인력비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지원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지출이 필요하며, 사업 특성상 간접비 비율이 높을 수도 있다. 간접비 비율이 사업 평가의 절대 기준이 될 수 없지만 간접비 항목들에 대한 비용과 간접비 비율을 공개하면 사업 효율성 지표로 활용해 예산 낭비를 막는 데 쓰일 수 있다. 유사한 사업에서 간접비 비율을 비교해 효율성을 평가하거나 한 사업의 간접비 비율이 증가했을 경우 그 원인을 파악해 해결책을 강구할 수 있다. 투명하고 알기 쉬운 간접비 비율 공개는 효율성 낮은 사업들 간 구조조정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김민호 한국개발연구원 재정투자평가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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