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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소시오패스

한승주 논설위원


소시오패스(sociopath·반사회적 인격 장애). 자신의 성공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고 거짓말을 일삼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자신을 잘 위장해 감정 조절이 뛰어나고 매우 계산적이다. 끔찍한 범죄를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와 달리 소시오패스는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100명 중 4명 정도라니 꽤 많은 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 메리 트럼프는 지난해 어두운 가족사를 담은 책을 출간하면서 트럼프를 소시오패스로 단정했다. 2017년 미 정신분석 전문가들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트럼프에게 권력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1964년 미 공화당 대선 후보 배리 골드워터는 “정신 상태가 대통령직 수행에 적절하지 못하다”는 정신의학과 전문의들의 답변을 실은 잡지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이를 계기로 미 정신의학회는 전문의가 직접 진단하지 않은 공인의 정신 상태에 대한 의견 언급은 비윤리적이라고 선언했다. 우리 정신의학회도 이 같은 방침을 따르고 있다.

달아오르는 우리 대선 정국에 소시오패스라는 말이 소환됐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아내인 신경정신과 전문의 강윤형씨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소시오패스라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정신과적으로는 ‘안티 소셜’이라고 한다. 이 발언을 놓고 원 전 지사와 이 후보 측의 격한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라디오 생방송에선 양측이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높이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까지 했다. 이 후보자를 직접 진단하지도 않고 동의를 구하지도 않은 강씨의 발언은 의료윤리 위반이라는 시각이 있다. 대권 주자의 아내인 만큼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 소지도 있다. 이 후보는 많은 사람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엄중한 위치에 있다. 대선 후보의 정신건강은 공적 영역인가, 전문가의 직업윤리는 어디까지 지켜져야 하는가. 소시오패스 발언이 몰고 온 질문이 여의도 정가를 떠돌고 있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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