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 일회용 대신 텀블러… 주일학교에서 청장년으로 ‘창조 지킴이’ 확대

<2부> 새로운 교회의 길 (20) '용기내 돌아봄' 녹색 실천 확산 노량진교회

노량진교회 교역자들이 지난 15일 서울 동작구 교회 상담실에서 일회용품 대신 쓰는 개인 텀블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정훈 중등부 담당 전도사, 여충호 담임목사, 이성훈 소년부 담당 목사. 강민석 선임기자

‘용기내 돌아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소속 115년 역사의 중대형교회인 서울 노량진교회(여충호 목사)의 전도지에 새겨진 제목이다. ‘용기내’는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 등 개인 용기를 내보이자는 뜻이고, ‘돌아봄’은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청지기의 마음으로 돌아보자는 의미다.

노량진교회는 1906년 한수 이남 주민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조직됐다. 서울 양화진의 저 유명한 묘비명 “나는 웨스트민스터 사원보다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하노라”의 주인공인 호머 헐버트 선교사가 이 교회의 첫 예배를 공식 인도했고, 호러스 G 언더우드 선교사 등 새문안교회 제직들도 교회 시작에 함께했다. 115년 지역 전통의 노량진교회는 코로나19 암흑기에 전도지를 통해 이렇게 묻는다.

“오늘날 현대 문명의 발전으로 편리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모습인가요. 아무렇지 않게 쓰고 버리는 물건과 유행에 따라 소비하는 모습, 먹고 버린 음식 등 아름다웠던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KF94 마스크보다 더 강력한 마스크를 써야 하는 날이 머지않습니다.”

노량진교회는 지난 7월 소년부 중등부 여름 연합수련회를 ‘돌아봄’ 주제로 열었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며 교회의 모든 일정이 또다시 무산될 위기에 처하던 시기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교회학교 학생들은 100% 온라인으로 전환된 수련회를 통해 ‘하나님이 주신 창조의 세계-그 안에서 서로를 돌아본다’ 주제로 만났다.

줌 수련회로 모인 교회학교 학생들. 노량진교회 제공

수련회를 기획한 소년부 담당 이성훈(37) 목사는 지난 15일 서울 동작구 교회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오늘날 창조세계가 얼마나 고통 가운데 있는지, 위기와 현실을 인식하고 성찰하고 돌아보도록 돕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주제 성구는 시편 8편 1절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주의 영광이 하늘을 덮었나이다”였다. ‘지구특공대’로 명명된 아바타 게임이 화상 플랫폼 줌으로 진행됐다. 아이들은 ‘업사이클링’으로 불리는 새활용, 즉 헌 것을 다시 쓰는 재활용이 아니라 새로운 용도로 재창조하는 체험을 위해 참치통조림으로 양초를 만들었다. 창조세계를 찬양하는 노래를 함께하고 분리수거 미션을 실행하고,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글로벌 제품보다 로컬 제품을 소비하는 미션 등을 수행했다.

연합수련회를 함께 구상한 중등부 담당 정훈(31) 전도사는 “신학대학원에서 생태신학을 수강하기도 했지만, ‘오늘날 한국교회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적용해야 하는가’란 고민이 있었다”면서 “코로나로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진 바로 지금이 시도해 볼 때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나님이 만들어주신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것을 수련회를 통해 알게 됐다.” “무언가 하기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용기 내 도전해주시는 모습을 통해 하나님을 향한 저의 작은 믿음을 돌아보고 회개하는 시간이었다”는 감사의 글이 되돌아왔다.

학생들의 전시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스태프들. 노량진교회 제공

돌아봄은 중등부 소년부 연합 수련회로 끝나지 않고 청·장년부로 확대됐다. 장년부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간사인 이현아 목사를 초청해 그린 엑소더스 실천 사항을 배우는 특강을 열었다. 청년부는 ‘용기내 돌아봄’이란 주제로 SNS를 활용한 환경 버킷리스트를 실시했다. 창조세계를 지킬 수 있는 실천들을 실행한 후, 다른 성도를 지목해 릴레이 방식으로 환경보호 챌린지 캠페인을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노량진교회를 담임하는 여충호(58) 목사도 일주일간 개인 텀블러를 지속하는 미션을 수행하고 한 권사님을 후발 주자로 지목했다. 여 목사는 “요한복음 10장 10절 말씀인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에 기반을 둔 ‘생명이 풍성한 교회’를 꿈꾸고 있다”고 교회 비전을 소개했다. 주님이 원하셨던 ‘생명이 풍성한 교회’는 많은 영혼을 구원하는 것에 더해, 창조세계 수많은 피조물의 생명 역시 풍성하게 가꿔가는 교회일 것이다. 여 목사는 “소년부 중등부부터 시작해 청년부와 장년부에 이르기까지 신앙 차원에서 환경 문제를 돌아보는 기회가 확산돼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노량진교회 청년부가 만든 전도지는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를 강조하며 “지속가능한 하나님의 사랑을 함께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권하며 이렇게 믿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말한다.

“조금 불편해도 일회용품을 줄이고, 개인 차량보다 대중교통이나 따릉이를 이용하고, 춥고 더울 정도의 냉·난방 시스템보다 자연의 바람을 느껴보고, 배달 음식보다 집에 있는 용기를 가지고 음식을 싸 오는 실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환경을 생각하고 탄소제로를 목표로 우리 함께 나아가 보실래요.”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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