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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아홉 번 남았어요

이원하 시인


이제 월요일을 아홉 번만 맞이하면 새해가 밝는다. 평소 세월의 흐름을 모르고 지내는 편인데, 올해는 유독 아쉬운 게 많은지 요즈음 꽃잎 헤아리듯 하루하루를 뇌리에 각인시키며 보내고 있다. 시간 참 빠르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청소년 시절에는 언제 성인이 되나 시간이 느리게만 흘러서 싫었는데 성인이 된 이후로는 미끄러지듯 빠르게 흐르는 시간의 속도에 놀라곤 한다. 아쉽거나 슬프지는 않다. 이 모든 건 좋은 의미니까.

러닝머신 위에서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 좋다. 창밖만 보면서 달리면 시간이 더디게 흐르니까 영화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달린다. 신중하게 고른 한 편의 영화나 예능 프로그램이 재미있는 날이면 시간은 평소보다 더욱 빠르게 흐른다. 여행을 떠나서도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좋아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도, 귀여운 동물을 쓰다듬는 시간도 빠르게 흐른다. 뭐든 재미가 있어야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이유도 인생이 점점 재미있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릴 땐 몰랐다. 성인이 된 이후 꿈에 직접 몸 담그느라 하루하루가 재미있다. 너무 재미있어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꿈을 향해 달린다. 꿈이 현실이 되는 과정에서 상처받고 눈물 흘릴 때도 있지만 이마저도 재미의 요소가 된다. 시나리오에 절대 없어선 안 될 부분이 고난과 역경 아니던가. 고난과 역경 뒤에는 꿈에 그리던 장면과 사람을 만나게도 된다. 현실이 영화보다 더욱 영화 같아지고 예능보다 더욱 즐거워진다. 이것이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나이가 드는 것뿐인데, 내가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러닝머신 위에서는 누구나 긍정적으로 변한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달리고 나면 부정적인 생각은 사라지고 긍정적인 에너지만 남는다.

부다페스트(헝가리)=이원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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