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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브래들리 효과

고승욱 논설위원


톰 브래들리는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흑인인 그는 여론조사에서 늘 공화당 후보 조지 듀크미디언을 앞질렀다. 출구조사에서도 이겼다. 하지만 개표 결과는 달랐다. 흑인 주지사 탄생이라는 명분에 눌려 여론조사에서 브래들리를 지지한다고 했던 유권자들이 정작 투표소에서는 백인인 듀크미디언을 찍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조사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여론조사의 한계를 브래들리 효과(Bradley Effect)라고 불렀다.

투표소에서 누구를 찍을지는 누구를 좋아하는지, 누가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는지와 같은 듯 다른 문제다. 특정 후보를 좋아하지 않아도 당 때문에 지지할 수 있다. 지지하더라도 내세운 정책 때문에 다른 후보 당선이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지지도, 선호도, 적합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여론조사에서 ‘누구를 지지하는가’와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게 맞는가’라는 질문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여론조사로 후보나 정책을 결정키로 하면 반드시 다툼이 생긴다. 누구든 어떻게 묻느냐가 어떤 결과를 낼지 예측할 수 있어서다. 지난 2월 제주도에서 제2 국제공항 건설을 두고 여론조사를 했을 때도 찬반 양측은 ‘제2 공항 건설에 찬성 또는 반대합니까’와 ‘제2 공항과 현 공항 확충 중 어떤 것이 바람직합니까’를 두고 치열하게 싸웠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세훈·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여론조사에서도 가장 큰 쟁점은 어떻게 물어보느냐였다. ‘지지 후보가 없다’라는 응답자에게 ‘그래도 누구를 지지하느냐’라고 한 번 더 물은 재질문 문항은 위력적이었다.

국민의힘이 26일 대선 후보 여론조사 문항을 확정했다. 당 선관위는 정확한 문구를 공개할 수 없지만 1대 1 가상대결을 요구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사지선다를 주장한 홍준표 의원 모두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질문 하나에 두 가지 형식을 담은 문항이라고 했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후보 4명이 만장일치로 동의했으니 뒷소리만 없다면 엄청난 묘수인 게 틀림없다.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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