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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사과할 줄 아는 대통령

김나래 온라인뉴스부장


이번 대선은 유난히 후보의 능력이나 비전보다 인성, 성격에 대한 논란이 많다. 여야의 대표 주자들이 유례 없이 비호감도 50%를 넘는 상황이라 그런 듯하다. 긍정보다 부정적인 이미지, 사생활 논란이 많은 후보의 등장에 캐릭터 분석은 물론 정신건강 논란까지 불거졌다.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거치며 ‘대통령의 정신건강’이 논쟁거리가 됐다. 2017년 4월 예일콘퍼런스에서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27명은 “모든 사람의 생사를 좌지우지하는 권력을 지닌 사람이 명백하게 위험한 정신장애 징후를 보일 때 경종을 울려 대중에게 알리는 의무를 수행하지 않는 것 역시 공공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라며 트럼프의 정신건강 문제를 조목조목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란 제목의 보고서는 병적인 나르시시즘, 타인을 괴롭히는 성격, ‘소시오패스’적 성향, 그런 트럼프의 현재를 만든 과거의 트라우마까지 어마어마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극단적 사례와 한국 상황은 엄연히 다르다. 대선 주자들의 성격상 장단점은 있을지언정 정신건강 면에서 위험하다 할 정도는 아닐 게다. 그럼에도 걸러내야 할, 꼭 피해야 할 정치인의 덕목을 생각하며 읽었는데 ‘사과’에 대한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트럼프는 사과하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어떤 식으로도 뉘우치는 마음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로 산다는 것은 절대로 미안하다고 말할 필요가 없는 걸 의미하는 것 같다.”

트럼프뿐 아니라 정치인들은 사과를 잘 못하는 부류에 속한다. 피아 구분이 분명한 정치판에서 사과란 곧 상대에게 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기 때문인지 유난히 사과에 인색하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최근 얼마나 사과에 서툰 사람인지를 입증했다. “군사쿠데타와 5·18만 빼면 전두환씨가 정치는 잘했다”는 발언을 사과하기까지의 과정은 한 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는 듯했다. 그의 사과 메시지보다 실무자가 올린 ‘개 사과’ 사진만 떠오른다. 그가 무엇을 문제라 생각해 사과했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대장동 의혹에 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해명 태도도 기대에 못 미쳤다. 이 지사는 수행실장 김남국 의원에게 국정감사장에 나가길 잘했다고 전했고, 김 의원은 “국감 출석이 ‘100억짜리 광고한 것과 다름없다’는 평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23~24일 1003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 해명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9.4%, ‘동의한다’는 답변은 33.1%였다. ‘민관합동’ 모델로 개발을 추진한 것까진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의 소수에게 과다한 이익이 돌아가게 된 점은 분명 잘못이라고 인정하고 처음부터 사과했더라면 어땠을까.

대통령도 실수할 수 있고, 아무리 선한 의도로 추진한 정책도 실패할 수 있다. 개인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충분히 크고 복잡해서 대통령이 모든 걸 알고, 다 잘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까지 갈 것도 없이 내가 속한 가정, 몸담은 조직 하나도 제대로 꾸려나가기 얼마나 어려운가. 사회 변화 속도에 따라 가치 판단 기준도 바뀌면서 ‘그때는 옳았지만, 지금은 틀리게 된 일’도 허다하지 않은가.

대선 때까지 후보들은 또 실수하고 위기에 처할 것이다. 누군가는 그 순간 잘못이 아니라고, 문제가 안 된다며 초인처럼 돌파하는 후보를 기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누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게 잘 사과하는지를 지켜볼 생각이다. 이제는 사과할 줄 아는 대통령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김나래 온라인뉴스부장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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