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엄청난 역할 맡았구먼” 황무성 파일, 전모 밝힐까

“유한기 전 본부장이 ‘시장님 명’ 전해”
법조계 “대장동 관련 땐 죄질 더 나빠”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연합뉴스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휘하 본부장으로부터 “너무 순진하다”는 핀잔까지 들으며 사직서를 쓴 장면이 생생히 공개되자 법조계에서는 “‘블랙리스트’ 사건들과 닮은꼴”이라는 말이 나온다. 대장동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이 모두 황 전 사장으로부터 녹취파일을 확보한 만큼 ‘사장 찍어내기’ 논란의 전모도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황 전 사장은 26일 “유한기 전 개발본부장이 (2015년) 1월 말부터 지속적으로 와서 (사퇴) 얘기를 하고, 당일(2월 6일)에는 낮부터 찾아오기에 녹취를 했다”고 말했다. 당시 유 전 본부장이 ‘시장님 명’이라고 전하자 황 전 사장은 “당신이 엄청난 역할을 맡았구먼”이라고 대꾸했다. 공사 사장의 임명과 퇴진을 논할 수 있는 주체는 성남시 외에는 없다는 것이 공사 전현직 및 성남시의회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안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빗댄다. 김 전 장관은 박근혜정부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서 사표를 받고 그 공석에 청와대가 내정한 인사 등을 앉힌 혐의로 2019년 4월 기소됐다. 2심까지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그는 사직을 권유한 것이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황 전 사장에 대한 압박이 대장동 개발사업과 연관된 목적으로 이뤄졌다면 앞선 사안보다 비난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간 공공기관 임원 자리 만들기는 일종의 ‘논공행상’ 관행으로 취급되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 설계과정 자체를 배임으로 의심하는 만큼 황 전 사장 퇴진 요구는 범행을 용이하게 하려는 시도로 판명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죄질이 더욱 나쁘다는 게 법조인들의 평가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황 전 사장에 대한 압박이 공사 내부 직원의 일탈 행위였는지 윗선 개입에 따른 일이었는지 규명하는 일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황 전 사장의 2015년 퇴진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경원 양민철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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