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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책엔 금리인상 없는데, 내 대출이자 왜 오를까

은행권, 가계 빚 억제책에 동조… 가산금리 인상·우대 폐지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이 발표된 26일 오후 시민들이 대출상품 안내문이 붙어있는 서울의 한 시중은행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번 대책은 개인 상환 능력에 맞춰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합뉴스

4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6월 한 시중은행에서 5년 만기로 신용대출 1억원을 빌렸다. 당시만 해도 금리가 연 3.22%에 불과했지만, A씨의 대출이자는 불과 3개월 만인 지난달에는 연 3.53%까지 훌쩍 뛰었다. 한 달에 부담해야 할 이자액(초회차 기준)도 26만8333원에서 29만4167원으로 10% 가까이 늘었다. 반면 현재 2억원 수준인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는 내년부터 1억5000만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은행원의 얘기에 A씨는 지금이라도 추가대출을 받아야 하나 고민 중이다.


금융위원회가 치솟는 가계부채 증가율을 잡기 위해 전례 없이 강력한 종합대책을 26일 발표했다. 금리를 직접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대출상품의 금리가 올라 결과적으로 대출 수요자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이번 대책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조기에 도입하고, 제2금융권 관리 강화, 금융회사 적합성·적정성 원칙 준수 여부 점검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책 내용에 대출 금리에 대한 직접적인 조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것만 봐서는 기존 대출 수요자가 부담하는 이자는 증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가계대출을 더욱 옥죄면서 시중은행 금리는 올라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건물주가 파는 상품 개수를 줄이라고 하면 주인 입장에서는 물건값을 올려 수지타산을 맞출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지난 8월부터 금융위가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강화하자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우대금리 조건을 폐지하는 등 방법으로 대출상품 금리를 올려왔다. 내년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부채 증가율 4~5%대를 맞추기 위해서는 대출상품 금리를 올려서 대출 수요를 막을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는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월에는 5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우리·NH농협·신한은행)의 마이너스통장 평균 금리가 연 3.01%에 불과했지만, 6월에는 연 3.22%로 올랐다. 이후 한국은행이 8월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자 9월에는 연 3.53%까지 치솟았다.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인터넷전문은행(카카오뱅크·케이뱅크)은 9월 평균금리가 연 4.46%에 달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겠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준 상황이다. 이후에도 한은은 ‘포스트 코로나’에 따른 금융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해 제로금리 수준까지 내렸던 금리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동안 은행권이 기준금리 인상분보다 높은 금리 인상 폭을 적용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출을 받는 데 드는 이자 비용은 예상보다 급격히 불어날 수 있다.

DSR 규제가 조기 도입되면서 내년부터는 대출 한도도 줄어든다. 현재 마이너스통장 5000만원(금리 연 3.95%)을 갖고 있는 사람이 서울에서 7억원짜리 집을 사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2억8000만원(금리 연 3.47%, 30년 원리금균등상환)을 신청하면 지금은 최대 2억원까지 한도가 나오지만 내년에는 1억5000만원밖에 받지 못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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