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직접 안한 ‘광주 사죄’… 아들이 대신했지만 ‘미완’

회고록에서 책임 전가해 논란
아들은 세 차례 5·18민주묘지 참배
유족단체 “구체적인 행동 보여야”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사죄는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영원한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은 2011년 발간된 회고록에 ‘5·18의 진범은 유언비어’라고 기술하면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여 큰 논란을 일으켰었다.

그러나 장남 재헌씨는 2019년부터 매년 광주를 찾아 아버지를 대신해 거듭 사죄의 뜻을 표해왔다. 부친을 대신해 ‘대리 사죄’를 해온 것이다. 재헌씨는 2019년 8월과 지난해 5월, 지난 4월 등 세 차례에 걸쳐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포함한 두 전직 대통령의 핵심 직계가족 중 5·18민주화운동 진압 책임에 대해 사과한 것은 재헌씨가 처음이었다.


첫 참배 당시 재헌씨는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사죄드리며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묘지를 찾은 것이 아버지 노 전 대통령의 뜻이라고 밝히며 “아버지에게 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거듭된 재헌씨의 사과에 5·18 유족 단체들은 “의미가 있다”고 평하면서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 회고록 개정판 수정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진압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은 유언비어가 진범이다. 경상도 군인들이 광주 시민들 씨를 말리러 왔다는 유언비어를 듣고 시민들이 무기고를 습격했다”고 주장했다.


재헌씨는 회고록 개정판 논의가 가능하다며 수정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노 전 대통령 본인이 충분히 사과하지 않았다는 한계는 분명하지만, 전 전 대통령의 행보와는 차별화됐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전 전 대통령은 5·18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의 딸 소영씨도 광주에서 열리는 여러 행사에 참여하는 등 간접적으로 사죄하는 행보를 보였다.

재헌씨와 소영씨의 삶도 아버지의 정치적 곡절에 따라 요동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1988년 결혼한 소영씨는 노 전 대통령 퇴임 직후 터진 비자금 사건 등으로 각종 송사에 휘말렸다. 현재 소영씨와 최 회장은 이혼 소송 중이다.

재헌씨는 동방유량 신명수 회장의 장녀 정화씨와 결혼했는데, 비자금 사건에 휘말린 동방유량은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재헌씨도 23년 결혼생활 끝에 이혼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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