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받던 도시가 세계2위 항구로… 부산 엑스포, 스토리로 뚫는다

대전·여수엑스포와는 다른
국내 첫 국제기구 등록박람회
개최가치 18조·50만명 고용효과

‘제14회 부산항축제’ 개막식이 열린 지난 6월 19일 부산항대교를 배경으로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응원하는 드론쇼와 불꽃쇼가 펼쳐지고 있다. 뉴시스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행사’인 엑스포를 2030년 개최하기 위한 각국의 총성 없는 경쟁이 시작됐다. 유치 신청 제출 시한인 29일까지 부산(한국)과 모스크바(러시아) 로마(이탈리아) 오데사(우크라이나) 4곳이 신청서를 내면서 엑스포 유치 경쟁은 4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유치 여부가 최종 확정되는 2023년까지 각국은 유치 준비작업은 물론 물밑에서 치열한 외교전을 예고하고 있다.


사상 최초 등록박람회 유치에 도전장

‘엑스포’ 하면 한국인 대다수는 1993년 대전 엑스포와 2012년 여수 엑스포를 떠올린다. 하지만 2030년 부산 엑스포는 앞서 두 엑스포와는 다르다. 부산 엑스포는 국제박람회기구(BIE)가 공인한 ‘등록박람회’인 반면 대전·여수 엑스포는 BIE 공인 과정이 생략된 ‘인정박람회’로 분류된다. 수많은 축구대회가 있어도 4년마다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공인 월드컵이 최고의 축구대회로 인정받듯 5년마다 열리는 BIE 공인 등록박람회가 엑스포 분야에서는 최고 권위를 갖는다. 비록 월드컵이나 올림픽만큼 주목받지 못하지만 등록박람회는 인류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대안과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경제·문화 올림픽으로 평가된다.

등록박람회와 인정박람회는 규모나 국제적 관심도 등에서 차이가 크다. 우선 개최기간이 3개월로 제한된 인정박람회와 달리 등록박람회는 6개월이나 된다. 전시 면적에서도 인정박람회는 최대 25ha(7만5000평)로 제한되는 반면 등록박람회는 제한이 없다. 전시관을 건립하는 비용 역시 등록박람회는 개최국이 부지만 제공하고 참가국이 자국 경비로 자국의 문화, 기술 등을 선보이는 ‘국가관(館)’을 지어야 하지만 인정박람회는 개최국이 건물을 다 지어 참가국에 임대하는 식이다. 개최국 부담은 적으면서 관광객 방문 등 특수는 더 많이 누릴 수 있는 이점이 있는 셈이다. 부산시와 산업연구원 추산에 따르면 부산에 엑스포를 개최하면 약 4조9000억원의 개최비용이 드는 반면 개최에 따라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18조원에 달한다. 50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2010년 엑스포에 전남 여수를 개최지로 내세워 등록박람회 유치에 처음 도전했지만 상하이에 밀려 고배를 마셔야 했다. 2년 뒤 인정박람회로 축소 개최했다. 2030년 부산 엑스포를 개최하면 올림픽, 월드컵에 이어 등록엑스포까지 세계 3대 행사를 모두 개최하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된다. 지금까지는 미국 프랑스 일본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등 6개국만 3대 행사를 모두 개최했다.

낮은 인지도 돌파할 우리만의 무기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쟁쟁한 유럽 국가와의 경합이 적잖은 부담이다. 2010년(모스크바), 2020년과 2025년(예카테린부르크)에 이어 2030년까지 엑스포 유치 4수생인 러시아와 2015년 밀라노 엑스포 개최 경험이 있는 이탈리아를 넘어야 한다. 모스크바와 로마가 인지도나 글로벌 경쟁력 등의 측면에서 부산보다 앞서 있는 점과 직전 등록박람회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동아시아에서만 두 번 연속 개최하는 게 대륙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2005년 일본 아이치현에 이어 2010년 중국 상하이에서 엑스포가 열린 전례가 있어 동아시아 2연속 개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유치 후보지인 부산이 갖는 경제적·문화적 상징성이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민관 합동기구인 부산엑스포유치위원회 김영주 위원장은 “부산은 한국전쟁 당시 원조받던 폐허의 도시에서 환적량 기준 세계 2위의 항구로 태평양 항로의 중추적 역할로 자리 잡은 ‘스토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등 문화도시 면모도 플러스 요인이다.

글로벌 수준으로 우뚝 선 한국 기업의 경쟁력 역시 부산이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부분이다. 러시아나 이탈리아에는 한국의 삼성전자, 현대차 등 전 세계 산업계가 주목할 만한 글로벌 기업이 없다.

이탈리아나 우크라이나의 경우 실질적인 엑스포 개최 의사보다 정치적 이유로 엑스포 유치를 신청했다는 전망도 있다. 이탈리아는 이달 초 치러진 로마시장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경쟁적인 공약에 따라 유치를 신청했다는 분석이 있고, 반(反)러시아 성향이 강한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의 엑스포 개최를 좌초시킨다는 정치적 의도로 엑스포 유치를 선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국가별 ‘맨투맨’ 지지운동에 나서고 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3일 두바이 엑스포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과거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던 리투아니아 장관을 만나 부산 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했다.

매년 6월과 12월 열리는 BIE 총회에서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홍보 프레젠에테이션(PT) 역시 중요 변수다. 부산엑스포유치위 관계자는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는 국가에는 PT가 중요하다. BTS, 오징어게임 등 한국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잘 조합해 PT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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