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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식 안될 바이러스 팬데믹… 인류 살길은 뭘까

[책과 길] 바이러스 행성
칼 짐머 지음, 이한음 옮김
위즈덤하우스, 192쪽, 1만3800원

미국 최고의 과학저술가 칼 짐머가 쓴 ‘바이러스 행성’은 코로나19로 공포의 대상이 된 바이러스라는 존재를 들여다보게 해준다. 1950년대 이후 바이러스 연구 결과가 쏟아지고 있지만 인간이 바이러스에 대해 아는 것은 아직 많지 않다. 지구 어느 곳에나 바이러스가 있고, 어떤 생명체에도 바이러스가 있다. 이 중 무엇이 새로운 팬데믹을 일으킬지 예측할 수 없다. 이언 쇠너 그림

‘위드 코로나’ ‘포스트 코로나’를 거론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머지않아 끝날 수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은 끝나지 않는다. 바이러스학자 스티븐 모스는 HIV(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가 세계적인 위협으로 등장하던 1991년에 이렇게 경고했다.

“후천면역결핍증후군(에이즈)의 세계적 유행은 감염병이 현대 이전의 흔적이 아니라 일반적인 질병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생물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임을 잘 보여준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어떻게 될까.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면서 계속 전 세계에서 사람들 사이에 퍼질까. 백신 접종과 항바이러스제를 통해 가볍게 앓고 넘어가는 수준이 될까. 박쥐가 우글거리는 동굴을 피신처 삼아서 언젠가는 사스처럼 다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을까. 아니면 영구히 박멸하게 될까.

미국 최고의 과학저술가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트래커’ 사이트를 운영하는 칼 짐머의 얘기를 들어보자. “마지막 가능성이야말로 가장 희박하다. 지금까지 의학이 자연에서 완전히 박멸하는 데 성공한 사람바이러스는 단 한 종뿐이다. 바로 천연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이다.”


짐머가 지난 3월 출간한 ‘바이러스 행성’이 국내에 번역돼 나왔다. 코로나19로 공포의 대상이 된, 작고 무시무시하고 수수께끼에 휩싸인 바이러스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200쪽도 안 되는 얇은 책 속에 바이러스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쉽고 흥미롭게 펼쳐놓았다.

바이러스의 존재가 처음 발견된 것은 1898년이었다. 마르티뉘스 베이에린크라는 네덜란드 과학자가 담배모자이크병을 일으키는 즙을 추출했다. 전염성을 띤 살아있는 액체. 그 안에 병을 퍼뜨리는 뭔가가 들어 있었다. 그것은 그동안 알려진 모든 생명과 다를 것이라고 가정했다. 베이에린크는 이 액체에 든 수수께끼의 감염체를 기술하기 위해 ‘바이러스’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1935년 과학자들은 바이러스를 눈으로 볼 수 있었고 단백질과 핵산으로 이뤄져 있음을 알게 됐다. 이후 바이러스가 DNA나 RNA라는 유전물질을 써서 세포로 침입해 새 바이러스를 만든다는 것도 발견했다. 바이러스를 해부해 분자 배치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1950년대 이후 바이러스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가 쏟아지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바이러스가 유용한지 해로운지 모른다.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만 여기지만 바이러스가 없다면 인간과 지구는 존재하기 힘들다. 생명이 40억년 전 바이러스에서 시작됐고 생명의 유전적 다양성 중 대부분이 바이러스 유전자에 들어있으며 우리가 마시는 산소의 상당 부분을 바이러스가 생산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생물인지 무생물인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생물은 세포로 이뤄지는데 바이러스에는 세포가 없다. 그러나 거대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그 선은 흐릿해졌다. 일부 과학자들은 거대 바이러스가 생물과 비슷한 활동을 한다고 추측한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고 오래된 바이러스는 일반 감기의 주된 원인인 ‘사람리노바이러스’이다. 리노바이러스의 유전자 중 일부는 우리 면역계가 대처하지 못할 만큼 빠르게 진화하기 때문에 치료제를 만들 수 없다.

인간이 바이러스 연구에서 이룬 진전이 백신이다. 백신을 통해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맞서고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는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를 예방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우리는 드넓은 바이러스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이제껏 우리가 경험한 바이러스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지구 어느 곳에나 바이러스가 있고, 어떤 생명체에도 바이러스가 있다. 게다가 바이러스는 종간 장벽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HIV는 침팬지 바이러스에서 진화한 뒤 사람을 위협했다. 사스바이러스는 중국의 관박쥐에서 유래했고, 지카바이러스는 우간다 지카숲의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됐다. 모기로 전파되는 바이러스도 많다.

“대규모 농사를 짓기 위해 우림을 벌목하고 야생 환경을 싹 제거함으로써 동물들이 사는 서식지에 압박을 가하면 가할수록, 그런 동물들의 몸에 사는 바이러스들이 우리에게 넘어올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바이러스는 지금 이 순간도 새로 발견되고 있으며, 이 중 무엇이 새로운 팬데믹을 일으킬지 예측할 수 없다. 저자는 “그들이 우리 종에게로 뛰어넘어 올 기회를 얻기 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계속 경계하면서 지켜보아야 한다”며 천연두 박멸 사례를 언급한다.

“수천년간 천연두에 시달리고 그 정체를 궁금해한 끝에 우리는 마침내 그 바이러스를 이해하고 그 무자비한 파괴를 멈출 수 있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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