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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이대망… ‘누가누가 못하나’ 피하려면 대선 결선투표제 필요”

[인터뷰 사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자택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새벽 4~5시까지 글을 쓴다는 그는 요즘 스트레스가 심해 불면증을 겪고 있다고 했다. “사회에 대해 발언하는 것을 몇 번 접으려 했는데 보수에 공격수가 없다. 양쪽 균형이 맞지 않으니 번번이 불려나오게 된다. 그만두는 때가 아마 슬슬 오지 않을까.” 김지훈 기자

이달 초 발간된 신간 ‘이것이 우리가 원했던 나라인가’는 저자를 이렇게 소개했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줄 아는 논객이자 미학자’. 한 줄의 설명으로 충분한 진중권(58) 전 동양대 교수를 만났다.

‘역대 최악의 대선’ ‘비호감 선거’로 불리는 이번 대선 구도에 대해 그는 “어차피 ‘이대망’(이번 대선은 망했다)”이라고 잘라 말했다. “대선이 ‘누가누가 못하나’ 경쟁이 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우리에게 이런 선택을 더이상 강요해선 안 된다. 양당 독재의 불공정 구조를 깨고 다당제로 가기 위해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 대선에선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누가 더 잘하나’ 경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열흘도 채 남지 않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최종 선출을 앞두고 후보군에 대한 거침없는 인물평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한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그가 지난 9월 ‘조국흑서’ 공동저자인 권경애 변호사,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과 만든 ‘선후포럼’(선거 이후를 생각하는 모임) 활동에 대해서도 들었다.

-새 책에서도 현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책 제목에 빗댄다면 ‘진중권이 원하는 나라’는 어떤 곳인가.

“유럽식 사회민주주의 국가다. 북유럽 국가나 독일은 좀 더 평등하면서 훨씬 효율적이다. 그러려면 단지 제도만 도입할 게 아니라 협력의 정신, 타인에 대한 배려, 함께한다는 공동체 의식이 함양돼야 한다.”

-이번 대선이 그런 사회로 나아가는 유의미한 과정이 될 수 있을까.

“지금 상황을 누군가 영화 ‘에어리언 vs 프레데터’에 비유하더라. 카피가 ‘누가 이기든 미래는 없다’다. 잘못을 해놓고 잘했다고 우기는 사람과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사람 중 하나를 고르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이번 대선이 혐오투표, 증오투표가 될 거라고 한 건가.

“이번 후보들에겐 환호하는 대중이 없다. ‘노사모’도, ‘박사모’도, 문재인 대통령의 열광적인 팬덤도 없다. 양쪽 다 극렬 지지자만 있다. 우리 후보가 정말 좋아서 지지한다기보다 저쪽을 제압할 후보이기 때문에 지지한다. 결국 어느 진영이 다른 진영을 더 강렬하게 증오하고, 다른 진영에 대한 혐오를 더 효과적으로 조직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거라고 본다.”

-여야 후보를 한 명씩 본다면 어떤가. 올해 초만 해도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 ‘거버너(도지사)로서 능력은 출중하다’고 평했는데.

“이재명 후보에게 호감이 있었다. 그런데 일 잘한다는 것의 실상이 일산대교와 대장동이었다. 공적인 부분을 털어서 현금으로 뿌리고, 그걸 정치적 자산으로 삼는 ‘비용의 사회화, 이익의 사유화’라는 본질이 보였다.”

-공약은 어떤가.

“이재명 후보의 기본 시리즈(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금융)는 주류 경제학도 아니고 좌파 경제학도 아니다. 지지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일종의 정치 슬로건이다. 부자들 돈을 뜯어서 가난한 사람에게 주겠다는 로빈 후드식 선동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평했었다.

“지금도 정치 감각이 없다. 후보도 문제고 캠프도 문제다. 실언은 상당 부분 인식의 오류를 반영하고 있다. ‘전두환 옹호’를 사과하는 데 이틀 걸렸고 ‘개 사과’ 사진은 수습 불가다. 이번에 많은 중도층이 떠났다.”

-지난달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대국민 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여한 것 외에도 후보들을 직접 다 만나본 것으로 안다. 홍준표 의원에게 ‘술 먹고 시비 거는 할아버지 같다’고 혹평한 이유는 뭔가.

“네거티브를 계속하니까. 대통령을 하겠다면 격조가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솔직하고 재미있고 굉장히 호감이 있지만 사형제 부활, 핵 보유, 민노총 해체는 과거로 퇴행하는 것이다. 20대가 홍 후보를 지지하는 건 안티 페미니즘 때문이다. 최악의 조합이라고 본다.”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어떤가.

“유 후보는 본인이 경제전문가임을 강조하다 보니 오히려 그 이미지에 갇히게 된다. 경제부총리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본인이 3위면 2위를 타깃으로 삼아야 하는데, 윤석열은 홍준표가 따라잡고 그럼 본인이 홍준표만 따라잡으면 된다고 했다. 홍 의원을 공격해 2위로 올라섰으면 윤 전 총장이 실언을 하는 동안 대안이 될 수 있었을 텐데…. 공약은 ‘반반아파트’ ‘국가찬스’ 같은 원희룡 캠프가 제일 좋다. 이번 대선에서 그나마 건진 후보이지만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진중권 전 교수는 지난 9월 권경애 변호사,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과 함께 선거 이후를 준비하는 ‘선후포럼’을 만들었다. 지난 17일 진행된 선후포럼 유튜브 생방송에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출연했다. 왼쪽부터 권경애 김동연 진중권 금태섭. 국회사진기자단

-최근 선후포럼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초대했다.

“진보도 보수도 아닌 실용적인 관점에서 현안들을 잘 꿰고 있고, 풀뿌리부터 아래에서 올라오는 정치 프로세스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단일화 없이 완주하겠다고 했는데 그 말에 진정성이 있다면 대선 후에 선후포럼과 다시 만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초 보수의 집권 가능성이 4대 6에서 5대 5로 높아졌다고 했다. 지금 판도는 어떻게 보나.

“정권교체 여론이 높아서 구도상으로는 6대 4 정도로 보수가 유리하지만 조직력에서 전국 지자체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에 밀린다. 반반이라고 본다. 돗자리는 안 깔겠다. 아직 5개월이 남았고, 한국 정치에서 5개월이면 조선왕조 500년에 맞먹는다. 많은 일이 벌어질 것이고 그때마다 지지율도 출렁거릴 것이다.”

-선후포럼은 이번 대선의 키워드로 ‘변화’를 꼽았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데 전 세계에 무궁화꽃이 피었다며 ‘오징어 게임’ 국뽕에 취해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지 않나. 양극화와 자산 격차에 대한 해법, 계층 이동 사다리 복원, 경제 리스트럭처링, 노동개혁…. 그런데 권력을 잡아서 무엇을 하겠다는 얘기가 없다. 승패는 네거티브가 아니라 어젠다로 결정되고, 선거운동 과정이 앞으로 그 사람이 어떻게 통치할 것인가를 보여준다. 그런데 어젠다도 없고 대통령다운 행보를 하는 사람도 없다.”

-과감한 의제를 던지는 후보가 없고 미래의 리더감도 보이지 않는 원인은 뭘까.

“업적을 남길 지도자가 나올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박정희 전 대통령만 해도 전쟁으로 초토화된 경제를 물려받아 산업화하는 배경이 있었다. 새로운 서사를 써야 할 때에 보수는 박정희 향수에 머물러 있고 민주당은 영화 ‘1987’ 상황으로 돌아가 있다. 정치인들은 일종의 직장인이 됐다. 그것도 위 눈치 보는 기죽은 직장인. 자기 생각을 가진 금태섭 같은 사람은 철저하게 솎아낸다. 이런 풍토에서는 리더가 자라날 수 없다.”

-대장동 개발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이 향후 대선 정국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

“고발 사주는 애초에 시나리오 자체의 개연성이 떨어졌다. 윤 전 총장은 본인에 관한 건은 직접 고소했다. 시킨다 해도 실익이 없다. 대장동은 유동규에게 몰아주기로 얘기가 끝난 것 같다. 다만 상황이 전부 파악되지 않았고 백현동도 있다. 언론이 수사를 대신하고 수사가 언론을 따라가는 형국이다. 대장동은 오래 갈 것 같다.”

-지난주 이재명 후보의 국감을 지켜본 소감은.

“이 후보가 ‘성과도 적지 않았지만 이런 내용은 몰랐다, 문제점을 알았으니 다음에 잘하겠다, 기회를 달라’고 했으면 국민이 누그러든다. 그래서 국감에서 열심히 얻어맞는 장면을 보여줬어야 했다. 그런데 100억짜리 광고 효과를 거뒀다고 하면 강성 지지층 외에는 화가 쌓일 수밖에 없다. ‘나는 부패하지 않았다, 무능하지도 않다, 최대의 공익 환수 사업이다’라는 건 내로남불 시즌2 ‘내공남불’이 되는 거다. 공은 내 것이고 불법은 남의 것.”

-윤 전 총장을 지지한다는 평이 많다.

“아니, 내가 좌파 고집이 있지, 지금 모습이 지지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지 않나.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생각했는데 민주당과 연정을 말하는 걸 보고 내 표가 드디어 완전히 부동표가 됐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이 자주 조언을 구한다고 들었다.

“가끔 전화가 오는데 나한테만 전화하겠나. 주로 쓴소리를 한다. 어디든 내 의견을 구하면 다 응한다. 그래서 정의당에도 갔고 민주당에도 가려고 했는데 그쪽에서 틀어버렸다.”

-선후 포럼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지금은 전문가들을 모셔서 각 캠프의 공약을 분석하고 비판하고 있다. 어느 당이건 공약을 조금이라도 다듬어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대선 이후를 준비한다는 건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들겠다는 뜻인가.

“시민운동이 됐든 무엇이든 동행할 사람들을 모아 정치개혁을 제기하려고 한다. 지금까지는 새 인물이 등장하면 그에게 기대했다가 실망하기를 반복해왔다. 그런 게 아니라 2030을 발굴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후원하려고 한다. 우리 586은 역사적으로 끝났다. 세대교체를 통해 진보의 재구성이 이뤄져야 할 것 같다.”

권혜숙 인터뷰 전문기자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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