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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지방 소멸을 막으려면

남혁상 사회2부장


이창동 감독의 2007년 영화 밀양에서 극중 신애는 종찬에게 “밀양은 어떤 곳이냐”고 묻는다. 종찬은 “경기가 엉망이고, 부산과 가까워 말씨도 부산 말씨고, 인구는 뭐 마이 줄었고…”라고 답한다.

14년이 흐른 현재 밀양 인구는 어떨까. 1960년대 인구 25만명을 넘던 경남 밀양시는 올해 9월 기준 10만3000여명이다. 절반 넘게 줄었다. 작년보다 1200여명이 줄어 한 달에 100명씩 인구가 감소 중이다. 경남 18개 시·군 가운데 11곳이 인구가 줄어드는데, 11곳 중 시 단위로는 밀양시가 유일하다. 다른 도 사정도 밀양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가 최근 전국 228개 시·군·구 중 40%에 가까운 89곳을 소멸 위기에 놓인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지역별로는 전남과 경북이 16곳씩으로 가장 많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이렇다. 연간 1조원의 지방소멸 대응기금을 이들 지자체에 투입하고 국고보조사업을 선정할 때 가점을 주는 등 여러 지원을 통해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지자체별 맞춤형 지원,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추진, 특별지자체 설립 등 구상도 있다.

소멸 위기에 맞닥뜨린 지자체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연이어 나오지만, 그럼에도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수도권에만 집중되는 일자리와 인프라, 교육, 부동산 문제 등 수십년간 계속돼온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둔 채 재정·행정적 지원으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는 탓이다.

지방의 소멸 위기는 누구나 알다시피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중앙정부의 인구 감소 및 균형발전 측면에서의 정책, 특히 수십년간 낙후지역 등에 추진해 온 정부의 사회기반시설(인프라) 구축 사업만으로는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낙후지역 개발사업은 지역 내 인프라 구축에 그치고, 정부의 인구감소지역 통합지원 사업도 일회성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 촉진, 비수도권 지역 내 사회적 인구 유출 완화를 위한 청년유입·정착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며칠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포함한 대통령직속 8개 위원회가 공동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여러 방안이 제시됐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소멸 대책이 전국적인 공감대를 얻어야 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해야 하고, 인구사회정책과 지역발전정책이 결합된 상태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방 소멸은 곧 수도권 집중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수도권 집값 상승 및 일자리 부족으로 연결되며 다시 수도권 출산율 악화, 국가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는 지방 소멸을 막거나 적어도 늦추기 위해선 무엇보다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위기지역에 기업을 유치하고 세제 혜택과 여러 행정·재정적 지원도 해야 하며, 메가시티 구성 등 다양한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것도 꾸준히 제시되는 방안들이다.

얼마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경기도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농촌기본소득’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농촌기본소득을 도입해 외진 곳에 일정액의 기본소득으로 고정적인 생계 지원을 하면 돈이 돌아가고 지역소멸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효성을 둘러싼 여러 얘기가 또 나올 순 있겠지만,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그동안의 정부 대책이 도움이 되지 못했다면 새로운 접근방식도 신중히 검토해볼 만하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남혁상 사회2부장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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