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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두 개의 강

우성규 종교부 차장


샛강은 ‘사잇강’의 줄임말이다. 사잇길이 샛길, 사잇문이 샛문이 되었듯 우리말 ‘사이’와 한자어 ‘강(江)’이 사이시옷과 합쳐져서 하나가 됐다. 샛강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부터 국회의사당까지 한강 남쪽 4.6㎞의 지류를 일컫는다. 울창한 버드나무 숲과 꼬불꼬불 이어지는 오솔길, 낮에는 박새와 직박구리의 지저귐, 밤에는 두꺼비와 맹꽁이의 울음소리가 올림픽대로의 소음을 밀어내고 있다.

샛강에서 한강이 두 개의 강임을 떠올린다. 노량진을 거친 한강은 여의도 둘레를 따라 북쪽 본류와 남쪽 샛강으로 나뉘어 흐른다. 남산타워가 올려다보이고 원효대교 마포대교 서강대교가 가로지르는 북쪽 본류는 ‘한강의 기적’을 상징한다. 식민지배와 전쟁, 군사독재의 상처를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낸 우리의 모습이 마천루와 의사당 불빛 속에 투영돼 있다.

그에 비하면 샛강은 초라해 보일 수 있다. 강폭이 고작 몇m인 곳도 있어 제방 위의 주상복합아파트 높이에 압도되곤 한다. 원앙과 흰뺨검둥오리가 알을 낳고 살아가는 습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 달과 태양의 밀고 당기는 힘으로 강화만 바닷물이 이곳까지 역류해 짭조름한 기운까지 밀고 오기도 한다. 장마철엔 또 상습 침수된다. 그때마다 숲은 갈색 흙탕물로 일거에 뒤덮이곤 한다.

하지만 숲은 해마다 새로이 일어선다.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은 1997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조성된 생태공원이다. 버려진 모래섬을 그저 내버려 두지 않았다.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지금의 도심 속 장대한 비밀의 숲을 만들어냈다. 한강의 지류에 지나지 않지만, 곧 본류와 다시 만날 생태적 가치가 이곳에 숨겨져 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이 다채로운 생명력을 뽐내는 이곳의 생태 가치는 본류의 콘크리트 제방을 뛰어넘는다.

국민일보 종교부는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부터 ‘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 시리즈를 연재 중이다. 시리즈는 본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교회 공동체가 일부의 코로나19 방역 일탈로 싸잡아 한꺼번에 욕을 먹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까워 시작하게 됐다.

코로나 암흑기를 거치며 깨달은 생명의 소중함, 나의 안전을 위해선 혼자서만 방역수칙을 잘 지켜서도 안 되고, 이웃과 함께 건강한 공동체를 이뤄야 한다는 교훈, 무엇보다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무분별한 탄소배출을 막고 창조 세계의 온전함을 지키는 기후위기 대처 노력이 소중하다는 점을 미션라이프 지면을 통해 보도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1980년대 공해문제연구소를 시작함으로써 우리나라 환경운동의 첫 장을 열었다. 이젠 MZ세대로 불리는 교회 내 다음세대를 중심으로 기후위기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는 인식이 싹터서 주일학교 학생들이 청년부 장년부 어른들을 각성하게 만드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교회 내부적으로는 영혼 구원, 외부에선 부흥에만 관심을 보인다고 비판받던 교회들도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온전히 지키는 일에는 공감을 표하며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중이다. 민주화 노력도 여성 안수 문제도 외면하던 일부 교단들도 생태 문제만큼은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칼럼 문패가 ‘샛강에서’다. 본류와 떨어진 지류의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코너가 됐으면 한다. 나아가 미래를 지배할 새로운 가치가 본류를 압도해 결국 두 개의 강이 하나로 합쳐져 흘러가는 꿈을 꾼다. 성경은 무수히 말하고 있다. 낮은 자는 높이시고 높은 자는 낮추시는 분(겔 21:26), 높이 계셔도 낮은 자를 굽어살피시며 멀리서도 교만한 자를 아시는 분(시 138:6), 낮은 자를 높이 드시고 슬퍼하는 자를 안전한 곳에 있게 하시는 분(욥 5:11)이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다.

우성규 종교부 차장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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