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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이어 배터리·AI·우주… 세계는 ‘미래시장 샅바전쟁’

차세대 산업, 기업 넘어 국가 문제
정부 차원 전략 세우고 지원 절실


미래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산업기술 패권 다툼이 뜨겁다. 개별 민간기업을 넘어 국가전쟁으로 체급이 올라갔다.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AI), 우주 등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기술경쟁력 확보가 국가 경제의 흥망을 좌우할 정도로 파괴력이 크다. 미국 중국 등 강대국은 국가 차원의 전략을 세우고 상대국 기업을 압박하며 주도권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배터리 산업은 ‘제2의 반도체’ ‘전기차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표적 미래산업이다. 27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지난해 139GWh에서 2030년 3254GWh로 23배나 급증할 전망이다. 세계 시장에서 ‘K배터리’ 성적은 나쁘지 않다. 세계 시장 점유율 2위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기업의 기술력은 경쟁국 중국보다 4년 정도 앞선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는 중국 CATL이지만, 에너지밀도가 낮고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집중돼 있다. 한국 기업들은 에너지밀도가 높은 삼원계 배터리를 주로 생산한다.

다만 추격자들을 따돌리고 미래시장을 장악하려면 국가 차원의 전략·지원이 절실하다. 한국 배터리 기업의 가격경쟁력은 약하다. 원재료가 되는 광물자원을 자급자족할 수 없는 게 최대 약점이다. 정순남 한국전지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K배터리는 핵심원료 확보, 무역장벽 해소 등 주요 과제들을 해소하려면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정부에 전담부서를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AI도 전쟁터다. 글로벌 ‘IT 공룡’들은 슈퍼컴퓨팅 인프라로 딥러닝 효율을 높인 ‘초거대 AI’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가장 앞선 기술력을 확보한 나라는 미국이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는 매개변수(파라미터) 5300억개에 이르는 초거대 AI 언어모델을 공개했다. 한국에선 네이버와 카카오, KT, LG그룹 등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는 2040억개 파라미터로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LG그룹은 연내에 파라미터 6000억개, 내년 상반기까지 1조개 이상의 초거대 AI를 개발할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 중국 등과 비교하면 기술 인프라는 부족하다. 올해 국제슈퍼컴퓨팅콘퍼런스에서 발표된 ‘세계 상위 500대 슈퍼컴퓨터’ 순위에서 한국의 슈퍼컴퓨터는 5개에 불과했다.

누리호 발사로 주목을 받은 우주산업도 갈 길이 멀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40년 1조1000억 달러(약 1300조원)로 커질 우주산업을 차세대 국가산업으로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우주산업 규모는 2019년 기준 약 3조8931억원으로 세계 우주산업의 1% 안팎에 불과하다.

산업계는 국가가 ‘링’에 올라야 한다고 본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국가 간 무역분쟁이나 제재 등 대외변수가 발생할 때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차세대 기술산업들이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게 된 만큼 다방면에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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