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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돈 미끼’ 원전기술 빼내려던 중국 검은손 퇴치

시즈웰 원전 지분 20% 제공 조건
CGN, 원자로 따로 건설 요구
영국 정부, 기술 약탈 판단 제동

신화뉴시스

대규모 지분 투자를 미끼로 영국 원자력 발전 기술을 노리던 중국 국영기업이 퇴짜를 맞았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6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서퍽주 시즈웰시에 건설될 예정인 원전에 2000만 파운드(322억원)를 투자하려던 중국 국영 차이나가스원전(CGN)의 계획을 무산시켰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2006년 탄소 배출이 급격한 기후변화를 초래한다는 지구온난화 이론을 처음 양산한 ‘그린 폴리시(친환경정책)’의 종주국이다. 이때부터 영국 정부는 대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발전소 위주의 기존 발전시스템을 무탄소 원전 발전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다량의 방사능과 폭발 위험성이 높은 중수로 원전이 아닌 경수로 방식의 원전을 여러 군데 건설해 전력 생산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시즈웰 원전은 이 같은 영국 정부의 계획에 따라 2015년 발주됐다. 건설은 세계 최고 경수로 기술기업 가운데 하나인 프랑스 EDF사가 맡고 예산은 영국 정부와 서퍽주 시즈웰시 등이 지분을 나눠 맡기로 했다. 정부 예산은 예정대로 투입됐지만, 서퍽주와 시즈웰시의 예산 마련은 쉽지 않았다.

이때 중국 CGN이 숟가락을 얹었다. CGN은 전체 지분의 20%에 해당되는 2000만 파운드를 제공하겠다고 약정한 뒤 무리한 요구조건을 내세웠다. 지분을 제공하는 만큼 자기 몫의 원자로를 따로 건설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원전 건설은 수년 동안 필요한 예산이 마련되지 않아 연기되다가 올해 초 구체적인 건설계획과 착공시기가 잡혔다.

그런데 이번엔 영국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바로 CGN측이 요구한 중국 몫 원자로가 기술 약탈의 통로가 될 개연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경수로는 프랑스와 한국 미국이 기술 선도국으로, 2000년대 이전에 건설된 낡은 중수로 방식 원전에 비해 안전성이 매우 높고 방사능 유출 위험도 적으며 발전효율도 높아 고부가가치 친환경 원자력 기술로 꼽힌다.

경수로 원전의 가장 큰 문제는 원자로를 통해 발전에 쓰인 폐기물인 플루토늄이다. 바로 핵폭탄의 원료로 쓰이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은 이 플루토늄을 압축해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핵폭탄 원료로 가공하는 시설이다.

영국 정부는 플루토늄뿐 아니라 고부가가치인 경수로 기술 탈취, 원자로 운영을 통해 쌓인 영국 내 원전 데이터와 운영 노하우 유출 개연성이 높다는 이유로 최근 CGN의 시즈웰 원전 투자계획을 전면 백지화시킨 것이다.

영국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 비용의 일부를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날 전기요금 청구서에 원전 건설 비용의 일부가 포함되며 원전 건설 기간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액수는 한 달에 1파운드(1607원)도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이번 조치로 원전 건설에 필요한 자금의 조달 비용이 감소해 궁극적으로 해당 원전의 가동 기간 300억 파운드(48조2142억원)를 절약하는 셈이 된다고 설명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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