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전세대출… 모든 은행 ‘인상분만, 잔금일 전’ 제한

임차보증금 증액분 이내 한도 하향
1주택 이상, 비대면 전세대출 불가
전세 실수요자 대출 한파 심화 우려


이달 말부터 모든 은행에서 전세계약 갱신 시 받을 수 있는 전세대출 한도가 임차보증금 증액분 이내로 대폭 하향된다. 1주택 이상 보유자는 비대면 전세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신규 계약 시 대출 신청 기한도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로 제한된다.

‘빚투’ 등의 목적으로 불필요한 전세대출을 받는 가수요를 막자는 취지지만 자칫 전세 실수요자의 돈줄까지 옥좨 ‘대출 한파’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일고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에서 소매금융을 취급하는 17개 은행은 전세계약 갱신 시 받을 수 있는 대출 최대한도를 임차보증금 증액분으로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전셋값이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오른 상태에서 계약을 갱신한다면 최대한도가 기존 4억원(최종 전셋값의 80%)에서 2억원(증액분)으로 반토막 나는 것이다.


신규 전세계약을 맺을 경우 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기한도 대폭 줄어든다. 기존에는 입주일과 주민등록전입일 중 이른 날로부터 3개월 이내라면 언제든 전세자금대출을 신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1주택 이상 보유자의 경우 전세대출을 받기가 더 까다로워진다. 비대면 대출은 전면 금지되고 무조건 은행 창구를 방문해야 대출이 가능하다. 예외적으로 케이뱅크는 오프라인 지점이 없는 인터넷은행 특성상 유일하게 비대면 대출이 가능하다.

이 같은 세 가지 조치는 5대 시중은행이 지난 15일 금융당국과의 논의 끝에 합의한 내용이다. 이날 5대 은행에 이어 인터넷전문은행, 외국계은행, 지방은행 등 12곳이 추가로 전세대출 규제책을 수용하기로 했다. 이달 말부터 규제를 적용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규제를 밀어붙이는 근거는 ‘가수요 차단’이다. 대출 수요자들이 현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음에도 저금리라는 점을 이용해 불필요한 전세대출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당국은 가계대출 급증세를 차단하기 위해 가수요를 줄이는 작업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지만, 현재 전세대출 시장에 가수요가 실재하는지에 대해 은행권 내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은 현금을 쌓아둔 사람들이 전세대출을 받아 빚투를 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는 모양”이라며 “돈에는 꼬리표가 붙어있지 않지만 은행권에서는 전세자금 마련을 위한 실수요가 많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전례 없이 강력한 가계부채 대책을 공개한 지 하루 만에 이 같은 내용이 추가로 알려지면서 대출시장은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6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조기 도입, 제2금융권 관리 강화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추후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DSR 산정 시 전세대출 원금을 적용하거나 전세대출 시에도 상환능력을 깐깐하게 보는 등의 추가 규제책을 도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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