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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손준성 영장 기각… 공수처의 허술한 수사가 빚은 결과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력과 법리 적용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손 검사 구속영장 청구는 애초부터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 공수처는 손 검사의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별도의 조사 없이 3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강수는 결국 무리수였다.

공수처는 지난 23일 손 검사 구속영장을 청구하고도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25일에야 변호인에게 영장 청구 사실을 통보했다고 한다. 공수처는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하자마자 즉시 통보했다”고 반박했지만, 법조계에서는 “이틀이나 늦게 영장 청구 사실을 통보한 것은 이례적이다.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구속영장 기각이 수사의 실패는 아니다.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공수처의 능력과 정치적 의도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공수처는 수사 착수 한 달이 지난 상황에서도 구속영장에 고발장 작성 검사를 ‘성명 불상의 검사’로 적었다고 한다. 고발장 작성과 전달 과정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의심이 생기는 지점이다. 손 검사 구속영장이 기각됨으로써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 1호’ 사건은 ‘구속영장 기각 1호’로 남게 됐다. 올 1월 출범한 공수처는 아직 직접 기소한 사건이 없다. 공수처 ‘1호 사건’이라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 교사 특채 의혹 사건은 기소권이 없어 검찰에 넘겼다. 손 검사 측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공수처가 야당 대선 후보 경선 일정 등을 고려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반발했다고 한다.

공수처는 지난 3월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황제 조사’ 논란을 자초한 전례도 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해하기 힘든 부실 수사로 비판받고 있는데, 공수처는 의욕이 앞선 부실 수사로 비판받을 처지가 됐다.

고발 사주 의혹은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야당 인사들을 동원해 여권 인사를 고발하게 했다는 의혹이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일종의 공작 수사 기획이자 국기 문란 사태라 할 수 있다. 이런 수사일수록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철저하고 균형 잡힌 수사가 필요하다. 공수처가 지금까지 보인 결과물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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