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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국공립 예술기관의 본말전도

장지영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한국 사회를 진단하는 글에서 자주 보이는 것이 ‘지대 추구형 사회’다. 지대 추구(rent seeking)는 경제학에서 나온 용어로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고든 털럭이 1967년 아이디어를 처음 제시한 후 후배 경제학자 앤 크루거가 정립했다. 지대는 원래 공급이 제한된 토지를 이용하는 대가로 소유자에게 임대료를 지불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의미가 확장돼 경제 전반에서 생산요소의 소유권 자체는 물론 독점적인 이윤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지대 추구는 기득권층 집단이나 개인이 독과점적 지위나 권력을 이용해 불로소득을 거두는 행위를 가리킨다. 불공정한 경쟁이 시장을 왜곡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것은 병폐다.

우리 사회 전반에서 이런 지대추구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공공 분야는 심각하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26일 공무원 개혁을 대선 1호 공약으로 발표한 것도 공공 분야의 카르텔이 심각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물론 공고한 양당 구조 속에서 김 전 총리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공약의 실천은 어렵다. 하지만 내년 선거에서 양당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 공공 분야의 개혁은 필요하다.

공공의 영역 가운데 예술과 관련해 국공립 공연장과 예술단체의 개혁은 더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실례로 지난해 서울시향과 국립국악원 단원이 겸직 금지 조항에도 불구하고 개인레슨을 하다 적발된 사건은 국공립 예술단체 단원들의 지대 추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수면 위에 올라온 국공립 예술단체 단원들의 개인레슨 등 허가받지 않은 외부 활동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자발적 신고 형태로 조사했음에도 적지 않은 수의 단원들이 해온 것이 드러났다. 하지만 적발된 서울시향과 국립국악원 단원에 대한 징계가 솜방망이에 그친 것은 개선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공립 예술단체를 비롯해 국공립 공연장의 지대 추구 행위가 노골적이지만 현재로선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공연예술은 기술 발전으로 기계가 인력을 대체하거나 상품을 규격화할 수 있는 다른 산업과 달리 노동집약적이며 대량 생산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건비는 매년 오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만성적인 적자가 되는 ‘비용 질병’에 빠지게 된다. 이런 내용을 담은 미국 경제학자 보멀과 보웬의 저서 ‘공연예술의 경제적 딜레마’(1966년)는 공연예술에 대한 공적 지원의 이론적 근거가 됐다. 특히 국공립 예술기관에 대한 지원은 공공재로서 예술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세금을 내는 국민에게 이익이 돌아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으로 비용 질병을 완화하는 만큼 국공립 예술기관은 비용 질병이 악화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즉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공연예술 생태계 안에서 생산과 유통의 거점 역할을 해야 한다. 해외에서 인건비 증가로 공연 예산이 줄지 않도록 국공립 예술기관의 조직을 끊임없이 슬림화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와 비교해 코로나로 적자 재정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공연을 취소한 세종문화회관의 사례는 놀라움을 넘어 충격을 준다. 특히 개막을 얼마 앞두고 연습 중이던 공연까지 중단시킨 것은 세종문화회관의 존재 의의가 무엇인지 묻게 만든다. 공연계에서는 최근 초유의 이 공연 취소 사태가 예상 가능한 것일 뿐만 아니라 다른 국공립 공연장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 비대한 조직 구조여서 연간 예산의 대부분이 인건비로 충당되는 바람에 공연 예산은 10%도 안 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국공립 예술기관은 본말이 전도돼 있다.

장지영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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