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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민원에 ‘악’… 보건소 사람들, 위드코로나가 두렵다

위드코로나 시대, 몸살 앓는 방역 현장 <上> 느슨한 방역… 민원인 어쩌나

연노란색 민방위복을 입은 방역 공무원이 지난 20일 광주 치평동 도심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1020 총파업대회’ 현장에서 참가자 사이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의 한 보건소에서 코로나19 밀접 접촉자 자가격리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보건직 공무원 A씨는 지난달 한 사람으로부터 하루 동안 100통이 넘는 민원전화에 시달렸다. 전화 발신인은 코로나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였다.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고 통보한 A씨에게 민원인은 사무실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전화를 걸어 “자가격리를 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하루 종일 전화에 시달린 A씨가 결국 “제가 죄송하다”는 사과를 수차례 반복한 뒤에야 해당 민원인을 진정시키고, 악성 민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전 국민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이 70%를 넘기면서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그런데 방역 일선에서 코로나와 싸우는 현장의 시름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그간 백신 접종, 자가격리 등의 방역지침과 관련한 민원을 상대하느라 지친 현장 인력들은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찾아올 변화와 혼란이 벌써 두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사회 전반에 방역에 대한 긴장감이 느슨해지고, 달라지는 복잡한 지침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시민들과의 갈등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이들은 지방자치단체별 보건직 공무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대부분 보건소에서 일반 보건 행정 업무를 담당해오던 인력들이다. 코로나 유행이 심해지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 대응팀이 확진자 역학조사, 밀접 접촉자 관리, 자가격리자 관리, 해외입국자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될 경우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에 대한 역학조사 절차, 밀접 접촉자 관리 체계 등을 보다 세분화해 안내해야 한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재택치료자에 대한 방역 지침 안내와 이를 이행하도록 설득하고 관리하는 업무 역시 가중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일선 보건소에서는 최근 들어 재택치료 관련 민원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자가격리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항의도 수시로 들어온다고 한다. 서울의 한 보건소 지역보건과장 B씨는 27일 “재택치료자의 동거 가족 중 백신 접종자가 아닌 경우 치료기간 10일에 추가 격리 14일까지 더해 24일 동안 자가 격리를 해야 하는데, 민원인들은 벌써 ‘위드 코로나라는데 왜 이렇게 격리 기간이 긴 것이냐’며 항의하곤 한다”며 “재택치료가 활성화되면 이런 민원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위드 코로나로 방역 지침이 완화돼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는 것도 부담이다. B씨는 “영업제한을 풀고 밤새 술자리가 가능해지면 지금보다 확진자는 좀 더 늘어나지 않을까 한다”며 “현장에서는 확진자가 늘어나는 만큼 일이 늘어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확진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역학조사 업무량도 불어난다. 역학조사는 확진자가 사는 곳, 주민등록번호, 직장, 기저질환, 검사를 받게 된 이유 등 기초적인 자료 외에도 방문했던 장소, 방문 시간, 만났던 사람의 구체적인 인적 사항, 결제 방법 등 개인정보를 되짚어가는 과정이어서 파악이 쉽지 않다.

방문지나 접촉한 사람을 알리기 꺼리는 확진자들이 밝힌 동선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민원인과의 실랑이는 이미 일상이 된 상태다. 보건직 공무원 C씨는 지난 8월 한 확진자가 신고한 방문지 목록과 실제 카드 사용내역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유흥주점에 방문해 놓고도 “일반 음식점을 방문했다”고 밝힌 것이다. C씨가 “동선을 숨기면 처벌받을 수 있다. 정확한 동선을 알려 달라”고 고지하자 이 확진자는 “공무원이 나를 협박한다”며 “가족들이 내가 유흥주점을 간 사실을 알게 되면 다시는 공무원 생활을 하지 못하게 박살 내주겠다”고 험한 말을 쏟아냈다고 한다.

C씨는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 사람들이 방역 지침을 이전보다 덜 중요하다고 느낄 수 있다”면서 “강력한 정부의 방역 지침이 있을 때보다 동선을 대충 밝히거나 자가격리 의무 등을 느슨하게 이행할 가능성도 있어 현장 입장에서는 새로운 종류의 민원과 싸워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위드 코로나로 달라진 방역 환경은 이미 임계점에 이른 것으로 평가되는 보건직 공무원의 정신건강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난 6월 23일부터 7월 9일까지 전국 17개 보건소 직원 176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로 인한 두려움, 불안, 우울감 등 정신건강 조사를 한 결과 우울 점수가 10점 이상인 ‘우울 위험군’의 비율은 33.4%로 나타났다. 일반 국민(18.1%)과 공중보건의(15.1%) 등의 우울 위험군 비율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였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비율은 19.9%로 일반 국민 조사 결과(12.4%)보다 7.5% 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위드 코로나 방안에는 일선에 있는 이들이 불필요한 민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장치는 포함돼 있지 않다.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고통을 받으면 추후 정신과 상담을 지원하겠다는 정도의 기존 대안만 되풀이하는 상황이다. 전국공무원노조 관계자는 “현장을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방역 체계가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위드 코로나가 원만하게 이행되려면 보건 현장 인력들이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호받을 제도적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위드코로나 시대, 몸살 앓는 방역 현장]
▶(하)“살인적 격무에 극단 선택도 시도하는데… 또 쥐어짜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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