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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휴일] 유명해지는 건 꼴사납다


유명해지는 건 꼴사납다.
유명세가 높여 주는 게 아니다.
고문서 보관소를 만들어선 안 된다.
원고 걱정에 벌벌 떨어선 안 된다.

창작의 목적은 자신을 내어 주는 것,
찬사가 아니다, 성공이 아니다.
아무 의미도 없이 모두의 입술에
오르내리는 건 수치다.

참칭하지 않고 살아야 한다.
광활한 대지의 사랑을
결국 자신에게 끌게, 미래의 부름을
듣게 살아야 한다.

전 생애의 장소와 장을
난외에 표시하며
종이 사이가 아니라 운명 속에
공백을 남겨야 한다.

무명 속에 잠겨야 한다.
지척이 보이지 않을 때
세상이 안개 속에 몸을 숨기듯
무명 속에 네 걸음을 감춰야 한다.

다른 이들이 한 뼘 한 뼘
네 길의 생생한 자국을 따를 것이다.
승리와 패배를
너 자신이 구별해서는 안 된다.

단 한 부분도
얼굴을 버려서는 안 된다.
살아 있어야, 오직 살아 있어야,
끝까지 살아 있는 존재여야만 한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시집 '끝까지 살아 있는 존재' 중

소설 ‘닥터 지바고’의 작가, 러시아가 낳은 20세기 최고의 서정시인,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정치적 압력으로 거절해야 했던 작가, 그런 조국을 떠나지 않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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