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격무에 극단 선택도 시도하는데… 또 쥐어짜기냐”

위드코로나 시대, 몸살 앓는 방역 현장 <下> ‘일 더하기 일’ 현장 곡소리

한 시민이 28일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111명을 기록하면서 20일 만에 다시 2000명을 넘어섰다. 뉴시스

지난 여름 수도권의 한 보건소 공무원 A씨는 새벽 1시쯤 병원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A씨가 추적·관찰하던 해외 입국 자가격리자 중 한 명이 열이 난다며 병원을 찾았지만 진단검사 결과 음성이 나와 귀가시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자가격리자는 “나는 차도 없고, 돈도 없으니 택시를 타고 집에 가겠다”며 생떼를 부렸다. 방역 지침대로라면 자차 또는 사설 구급차로 이동해야 하는데, 10만~20만원 정도의 비용을 부담하기 싫다는 이유였다.

A씨는 결국 새벽에 방호복을 입고 자신의 차를 운전해 자가격리자를 이송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28일 “잠을 자다가도 업무를 하러 나가는 게 일상처럼 됐다”며 “위드 코로나로 해외 항공편이 정상화되면 그만큼 우리가 관리해야 할 해외입국자와 자가격리자의 수도 늘어 업무가 폭발적으로 늘어날까 두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이행계획 초안을 발표했지만 방역 현장의 격무를 경감하는 구체적인 대책은 담기지 않았다. 현재도 방역 최전선인 일선 보건소에선 초과 근무가 기본이 되는 등 격무가 지속되는 중이다. 여기에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해외 입국 절차 간소화, 재택치료 확대 등이 이뤄지면 관리 대상자 증가가 업무 세분화로 업무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장의 비명이 안타까운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부산 서구청 소속 공무원 B씨는 지난 12일 부산 한 공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행인의 신고로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된 B씨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골반과 팔뼈가 부러지고 장기손상을 입어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공무원노조 측은 B씨가 코로나19로 인한 격무에 시달리다 이 같은 선택을 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B씨는 구청 환경위생과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8월 보건소 감염병관리계로 발령받았다. 발령 후 B씨는 잦은 야근으로 퇴근이 늦어졌을 뿐아니라 자가격리자의 악성 민원에도 시달렸다고 한다.

병원을 찾은 B씨는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올해 1월 원래 부서로 돌아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주 업무가 달라져 있었다. 감염병 관리 위반 업소에 행정처분을 내리고 위반 업주들에 대한 자가격리 관리까지 맡았다. 전국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최근에는 위드 코로나 분위기가 퍼지면서 방역 지침을 잘 지키지 않는 사례가 늘었고, 이 때문에 앞으로도 일의 강도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사라졌다고 느낀 B씨가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 부평구 보건소에선 확진자 역학조사 업무를 담당하던 공무원 C씨가 지난달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C씨는 올해 7월 117시간, 8월 110시간의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근무시간과 더해보면 C씨는 7월에 주당 평균 67시간을 일했고, 8월(63.3시간)과 9월(69시간)도 60시간을 넘겼다.

재택치료가 확대되면 방역 현장에서 버티고 있는 현장 인력들의 업무 강도는 더 세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의 한 보건소 지역보건과장 D씨는 “재택 환자의 건강 모니터링과 약품 및 의료기기 전달, 재택 격리 감시 등을 기존 역학조사 등의 업무에 추가로 더해야 하다 보니 초과근무는 불 보듯 뻔하다”라고 했다.

방역당국도 위드 코로나 전환 후 현장 업무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류근혁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은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보건소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판단해 필요한 인력이 지원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신규 채용 규모나 인력 재편안은 나오지 않았다. D씨는 “현재의 인력 수준으로는 방역현장이 피로 탓에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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