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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총량제 만능

고세욱 논설위원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해외에 있는 우리 기업들의 국내 복귀(리쇼어링) 활성화 대책을 세울 때 기업들이 내세운 요구 사항 중 하나는 ‘수도권 공장 총량제’ 완화였다. 급증하는 가계부채의 해법으로 나온 건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5~6% 내로 억제하는 ‘가계대출 총량제’다.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가 시장에서 퇴출된 데는 택시 총량제가 일부 영향을 미쳤다. 이 외에 광고 총량제, 에너지소비 총량제, 첨단학과 정원 총량제 등 온갖 분야에서 총량제가 넘쳐난다.

총량제는 상한선만 정하면 돼 관리하기 편한 규제다. 다만 기업이나 시장 참여자로서는 진입 장벽이기에 공익의 중대성이 큰 곳에 한해 적용돼야 하지만 그동안 정부 편의에 의해 남발돼왔다. 2019년 국제연구기관 글로벌기업가정신모니터(GEM)가 전 세계 54개국의 진입 규제 환경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38위에 그쳤다.

온갖 종류에 웬만한 총량제에는 둔감하던 터였는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띄운 ‘음식점 허가총량제’는 생각도 못한 아이템이었다. 이 후보는 한 간담회에서 “문 열었다 망하는 게 너무 많아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운영해볼까 했다. 선한 규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자 “당장 시행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한 발 물러났으나 “불나방(자영업자)들이 촛불에 타는 일은 막아야 한다”며 여운을 남겼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5위권일 정도로 높긴 하다. 하지만 음식점의 경우 직장 명퇴나 해고에 따른 생계형 창업이 대다수여서 ‘전직지원 사업’ ‘사회안전망 강화’ 등으로 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강남구에 음식점 몇 개, 은평구 몇 개 식으로 단속하는 건 위헌 소지가 농후하다. 이 후보가 지향하는 ‘큰 정부’는 시장 기능이 작동하기 어려운 분야에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걸 말한다. 일반인이 퇴직금으로 식당을 차리는 것까지 제동 거는 규제만능과는 결이 다르다. 대통령 후보라면 규제도 적재적소가 필요하다는 것쯤은 알아야 한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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