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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내 마음대로의 기대

윤소정 패션마케터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됐던 회사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는지 직원을 새로 구한다는 소식이 제법 들린다. 작은 마케팅 대행사를 20년 가까이 운영 중인 한 사장님도 직원 충원을 계획한다는데, 그 소식을 전하면서도 자신감 없는 한숨을 함께 쉬었다. 오랫동안 여러 직원을 고용하고 일해 왔지만 자신의 사람 보는 안목이 나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지고 있는 것 같아 새로 채용하는 일이 무섭다는 한탄이었다. 이력서를 보고 기대가 생겨 만나면 아주 괜찮은 사람으로 보였다가 일을 시작하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바닥으로 추락하는 듯해 실망이 반복된다는 얘기인데 그 이유가 나도 궁금했다.

사장님 스스로는 자신이 사람에 대해 유난히 까다로운가 보다고 자책하는데 그게 다는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구직자들은 면접에서 좋은 면만 보여줄 테니까 그것도 큰 이유가 될 게다. 근데 더 들어보니 작은 회사를 운영하면서 일손은 항상 부족한데 일하겠다는 사람은 적고, 몇 안 되는 지원자를 만날 때마다 자신의 필요와 희망을 한껏 담아 보는 게 문제로 보였다. 그래줄 거라 굳게 믿고 채용하곤 잘못된 기대였다는 걸 확인하는 일이 반복됐으리라. 물건이야 잘못 사면 잠시 속 쓰리고 안 쓰면 그만이지만 사람 관계는 그게 쉽지 않다. 어떤 식으로든 양쪽 모두에 상처를 준다.

내 경우 반대의 아린 경험이 있다. 이력을 대단히 포장했다기보다 이력서니까 있는 사실 중에 좋은 내용을 적었을 뿐인데 그게 상대에게는 대단해 보였나 보다. 마음대로 과하게 기대하는 상대방에게 이런 건 혼자 하기 어렵다고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 큰 부담이 계속 쌓이다가 결국 큰 실망과 함께 관계를 망쳤다. 이는 나에게도 오래가는 상처로 남았다. 내 필요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원하는 걸 바라고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기대에 못 미치는 상대보다 있는 그대로 보지 않은 나를 탓해야 할 일이 많다.

윤소정 패션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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