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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 확장억제의 허와 실

박원곤(이화여대 교수·북한학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끝을 모르고 달려간다. 다양한 평가가 있으나 적어도 KN23, KN24, 중장거리 순항미사일, 화성 12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등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대한국 공격용으로 판단된다. 문재인정부가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되새김질하듯 “북한 미사일보다 우리 미사일 능력이 뛰어나다”면서 국민을 안심시키려 하지만 어불성설이다. 북한은 핵탄두를 탑재한 전술·전략 미사일을 실전배치하지만 한국은 재래식 미사일밖에 없다. 아무리 현무4처럼 탄두 중량이 2t이 돼도 핵탄두 파괴력과 비교할 수 없다. 억제력이 매우 제한된다는 뜻이다.

어쩔 수 없이 한국은 북한 핵 위협 대비를 전적으로 미국에 의지하고 있다. 미국은 냉전 때부터 비핵 동맹국에 핵우산 제공을 공약해 왔다. 북한이 한국을 핵 또는 대량살상무기로 공격하면 미국은 막강한 핵전력을 사용해 북한을 초토화한다는 공약을 통해 핵 공격을 억제한다는 뜻이다. 미국은 핵우산을 비핵 동맹국에 제공함으로써 이들 국가의 핵무장을 막는 비확산도 도모했다.

확장억제는 핵우산을 포함한 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방어국이 무력사용 위협을 통해 적국이 방어국의 동맹국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방위 공약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이 확장억제에 문제가 많다. 우선 상호보복을 통한 핵억제가 윤리적으로 바람직한지가 논쟁이다. 국민에 대한 ‘학살’을 담보로 평화를 지키는 역설성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미국이 서울을 위해 시애틀을 희생할 준비가 돼 있는가’라는 질문도 가능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인 몬테네그로가 러시아의 공격을 받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축하한다. 3차 세계대전”이라고 비꼬면서 사실상 나토의 집단안보를 폄하했다.

확장억제 협의체를 구체화하려는 동맹국의 노력에 대해 미국은 항상 일정 수준 선을 그었다. 최근 많이 회자하는 나토의 ‘핵계획그룹’과 ‘핵공유’도 이론상으로는 미국의 핵 작전계획을 회원국이 함께 관장하고 조율하는 기능이 있지만, 미군 4성 장군인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이 실제 계획 수립과 운용을 담당하고 핵계획그룹은 이를 추인하는 형태로 운용된다. 미국의 핵무기 사용권은 법령에 따라 대통령만이 권한을 독점하므로 핵무기 사용 방식, 배치, 운용 등을 타국과 공유하기 힘든 구조다.

한·미는 현재 한·미통합국방협의체 아래 확장억제를 다루는 한·미억제전략위원회를 2015년 출범해 운용 중이다. 성과도 분명 있다. 2013년 북한 핵 및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한 한반도 상황을 고려해 최적화한 억제 및 대응 전략을 담은 ‘맞춤형 억제전략’을 미국과 공동으로 마련해 발전시키고 있다. 양국이 서명한 ‘전략문서’이다. 2014년에는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동맹의 포괄적 대응 전략인 ‘4D 전략’에 한·미가 서명했다. 그러나 이 모든 제도는 ‘협의체’이지 ‘합의체’가 아니다. 즉 미국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한국이 이를 강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최대치 제도화를 위한 방안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 개정을 제안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의 자동 개입 조항이 없다. 2조에 한·미가 ‘서로 협의’하고 ‘각자 헌법상의 절차에 따라 행동’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를 개정해 ‘한국이 타국에 의해 핵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은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규정을 넣는 것이다. 이를 한·미 양국 국회에서 비준할 경우 가장 높은 수준의 제도화가 완성될 수 있다. 종전선언에 목맬 것이 아니라 임기 막판 확실한 안보 보장책을 마련한다면 현 정부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박원곤(이화여대 교수·북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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