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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비정규직 제로보다 차별 해소에 주력해야

김우영 공주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고질병 중에서 세간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현안이다.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한 계기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로 볼 수 있다. 당시 IMF는 외환을 빌려주는 대가로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유연화를 요구했고, 김대중정부는 노동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여러 정책들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후 비정규직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일명 ‘비정규직 보호법’이 만들어졌지만 그 법이 아직까지도 비정규직 규모를 억제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데 큰 효과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정책의 선의가 결과의 선의로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최근 비정규직 근로자 수가 처음으로 800만명을 넘어서면서 문재인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도 월 157만원으로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 임금의 53%에 불과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비정규직 근로자 수 변화를 보면 2019년에 비정규직 근로자 수 증가율이 13.1%로 가장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때 경제성장률은 2.2%로 이전 기간에 비해 경기가 많이 침체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일자리는 주로 비정규직을 통해 늘어났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든 일자리만 증가하고 있어 고용통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재정의 역할 가운데 하나가 경제 안정화(economic stabilization)다. 따라서 경기가 안 좋을 때 재정을 투입해 한시적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잘못됐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이는 케인스 정책의 근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비정규직 비중의 변화를 보면 비정규직을 제로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통계청이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바탕으로 해서 비정규직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3년부터 2021년까지 비정규직 비중이 30% 이하로 떨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노동조합이 종종 롤모델로 삼고 있는 독일의 경우에도 한시적 근로자의 비중이 13%(2017년)에 이르고 있다. 경기 변동이 심한 현대 사회에서 기업은 고용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계획경제가 아닌 이상 비정규직을 없앤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른 한편으로 비정규직을 제로로 만드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이 정규직을 뽑게 되면 채용 및 훈련 비용, 퇴직금 등으로 준고정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에 정규직만 선발하라고 강요한다면 채용 자체를 기피하게 될 것이다. 이는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시카고대학 로널드 코스 교수는 사회적 비용에 관한 논문에서 어느 한쪽의 복지를 높이는 정책은 반드시 다른 쪽의 복지를 낮춘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문제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을 없애는 정책은 근로자에게는 유리하지만 그 비용을 모두 지불해야 하는 사용자에게는 너무 가혹한 정책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타협할 수 있는 수준에서 비정규직 고용을 허용하고 대신 그들의 임금 차별을 해소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을 사회안전망에 편입시켜 이들의 노동조건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과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가입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정부는 비정규직의 수를 줄이는 데 연연하기보다는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을 개선해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을 맞출 것을 제언한다.

김우영 공주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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