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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동철 칼럼] 탄소중립, 머나먼 그래도 가야 할 길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행 방안
논의할 당사국총회도 G20
정상회의처럼 말잔치될 우려

인류 생존 위협할 기후 위기
고조되고 있는데 국제사회의
대응은 안일하기만 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 줄이는
쪽으로 산업구조와 생활 방식
과감, 신속하게 개편해야

영국 글래스고에서 인류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국제회의가 열리고 있다.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다. 지난 31일(현지시간) 개막해 오는 12일까지 이어질 총회는 세계 130여개국 정상을 비롯해 파리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한 196개국의 대표단이 모여 협약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목표와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파리협약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됐다. 장기적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2도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가급적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가입국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자율적으로 설정해 5년마다 총회에 개선된 방안을 보고하도록 했는데 그 첫 자리가 바로 COP26이다.

기후변화, 즉 지구 온난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는 데는 국제사회가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잦아지고 있는 기록적인 폭우, 폭염 및 가뭄과 대형 산불, 해수면 상승 등은 기후변화가 초래한 재난이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총회 개막일에 맞춰 발표한 ‘2021 기후 생태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이후 지난 20년간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1도 높아졌다. 겨우 1도지만 그게 상승작용을 일으켜 극단적 이상기후를 ‘뉴노멀’로 만들었다. 2도가 상승하면 온난화가 가속화돼 인류의 생존이 위협 받게 될 것이다. COP26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1일 총회 특별정상회의에서 “지구 종말 시계는 자정 1분 전이다. 우리는 지금 행동해야 한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파국이 뻔히 보이는데도 지구촌의 대응은 삐거덕거리고 있다. ‘온도 상승 1.5도 이내’란 파리협약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순배출량(총배출량-흡수량)을 제로화하는 탄소중립을 이행해야 하는데도 주요 당사국들의 발걸음은 굼뜨다.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세계 1위인 중국과 4위 러시아는 탄소중립 목표 연도를 2060년으로 잡았고 그마저도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3위 인도는 일정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등 서구 선진국들이 아무리 적극성을 보여도 다량 배출국들이 동참하지 않으면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없다.

기후변화 대응에 국제사회가 엇박자를 내는 것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이해 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각국의 공동 노력을 강조한다. 하지만 중국 인도 등 개도국들은 자신들에겐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이행 시간표를 허용해야 하고 과거에 탄소를 많이 배출했던 선진국들이 자금과 친환경 기술 이전 등을 통해 후발 국가들의 탄소 감축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해 이번 총회가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는커녕 말잔치로 끝날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직전에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진전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는데 이게 예고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온실가스 감축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공멸을 막으려면 선진국들이 앞장서서 탄소중립의 고삐를 더 바짝 죄고 개도국들의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총회 정상회의에서 2030년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이상 감축하는 내용의 NDC를 발표했다. 제조업 비중이 높아 결코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지만 가야만 할 길이다. 탄소중립에 무임승차하려는 국가나 기업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은 갈수록 강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 인도 등도 마냥 버틸 수는 없을 게다.

탄소중립과 성장이 반드시 대립하는 것도 아니다. 2020년 EU 27개국의 온실가스 배출은 1990년 대비 24% 줄었는데 같은 기간 총 GDP는 60% 성장했다. 탄소국경세 도입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등 탄소중립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어 온실가스 감축은 중장기적으로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산업구조와 생활 방식을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과감하고 신속하게 개편하는 것 말고는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에 따른 비용 상승과 생활의 일부 불편은 감수하는 수밖에.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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