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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책사와 대선

남도영 논설위원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 곁에는 1급 책사가 있었다. 1997년 대선 당시 ‘DJP연대’ ‘뉴DJ플랜’ 초안을 마련했던 이강래 전 의원, 여론조사 전문가로 ‘준비된 대통령’ 아이디어를 낸 이영작 박사 등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책사로 활약했다. 얼마 전 세상을 뜬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는 사조직 월계수회를 이끌었던 박철언 전 의원이 있었다. 집권 이후 ‘책사 외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북방외교에서 맹활약했다. 1992년 대선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가 주도했던 동숭동팀의 핵심이었던 전병민 전 청와대 정책수석은 ‘베일 속의 책사’로 통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右(우)광재 左(좌)희정’으로 상징화된 386 참모들이 있었다. 책사라기보다는 동지에 가까운 관계였다. 미국에서는 정치 컨설턴트가 책사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2016년 미국 대선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인 정치 컨설턴트 로저 스톤은 “흑색선전과 돈만 있으면 미키마우스도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다”고 호기를 부렸다. ‘이회창의 장자방’ ‘안철수의 멘토’로 불렸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정치권의 대표적인 책사로 꼽힌다. 윤 전 장관은 진영을 넘나들며 박근혜 문재인 후보 캠프에 몸담았다.

요즘 가장 몸값이 높은 책사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책사를 넘어 세상을 경영한다는 의미의 경세가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1급 책사의 가장 중요한 능력은 시대정신을 읽고 이를 후보와 연결하는 전략을 짜는 일이다. 이번 대선 각 후보 진영에 선거판을 좌우할 책사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경우 본인의 순발력과 재기가 참모들을 압도한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선거 행보를 보면 책사를 말하기에 앞서 참모진 운용에 문제가 생긴 듯하다. 홍준표 의원은 책사의 도움보다는 개인 역량에 의존하는 ‘독고다이’ 스타일이다. 대선이 본격화되면 시대정신을 읽는 1급 책사들이 수면 위로 부상할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남도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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