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만추의 물결 속으로… 마음에 오색 가을이 스며든다

단풍 내려앉은 충북 괴산의 길

충북 괴산군 문광저수지 옆 황금빛 은행나무숲이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나는 저수지에 반영을 드리우며 몽환적인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저수지 둘레에 생태체험길인 에코로드가 조성돼 있다.

가을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단풍이 막바지를 향해 가지만, 늦가을 정취는 곳곳에 남아 있다. 산 높은 곳에 머물던 단풍이 산 아래로 내려와 산을 힘들게 오르지 않아도 된다. 편하고 고즈넉한 길을 느릿느릿 걷기만 해도 만추의 물결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충북 괴산은 유유자적 걷기 여행에 안성맞춤이다.

야간에 붉은빛을 띠는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괴산에서 가을철 관심을 끄는 명소 중 하나가 문광면 문광저수지(양곡저수지)의 은행나무길이다. 400m 길이의 길은 1979년 자전거를 타고 묘목장사를 하던 한 주민이 마을 주민들을 위해 은행나무 300그루를 기증한 것으로 시작됐다. 주민들이 주변 농지에 물을 대는 평범한 시골 저수지 옆을 지나는 마을길에 은행나무를 심어 전국 각지에서 찾는 아름다운 황금빛 은행나무길로 변모시켰다.

가을날 거울처럼 잔잔한 저수지 수면에 데칼코마니로 드리운 은행나무의 노란빛 반영과 야트막한 산자락의 모습이 장관이다. 이른 아침이면 저수지 물안개가 몽글몽글 피어나 은행나무길과 어우러지며 자아내는 풍경은 서정적이면서 몽환적이다. 해지기 전 짙은 햇살이 드리워지는 모습도 색다른 운치를 자아낸다.

자신을 내려놓은 은행잎은 길 위에 황금빛 카펫을 깔아놓는다. 포토존 6곳과 야간 조명이 설치돼 있다. 밤이면 황금빛이 붉은빛으로 바뀐다. 금빛 추억을 남기려는 여행객과 명작을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의 발길을 끌어들인다. 이곳은 2013년 ‘비밀’, 2019년 ‘동백꽃 필 무렵’, 2020년 ‘더킹: 영원의 군주’ 등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소금랜드의 데크길, 저수지 둘레 생태체험길인 에코로드 등을 따라 걸으면 황금빛 꿈을 꾸는 듯하다. 은행나무길 바로 위에는 소금의 역사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소금문화관’과 염전 체험장 등을 갖춘 소금랜드가 있다.

‘사계절 사랑해 길’ 고갯마루에서 본 망운정.

문광저수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적한 걷기 길이 있다. 삶의 질 향상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2009년 개설된 테마임도 ‘사계절 사랑해 길’이다. 괴산읍 동부리에서 칠성면 송동리까지 3.38㎞의 임도를 이용해 산림휴양, 건강증진활동 등 4계절 변화에 따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조성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테마구역을 정해 수종 및 편의시설을 임도 주변에 설치했다. 임도 정상에 해맞이 장소로 유명한 오봉산(385m)과 형제봉이 있어 괴산읍내는 물론 칠성면이 한눈에 조망된다. 차로 지나갈 수도 있지만 길을 따라 조용히 걸으면 사색도 하고 건강도 챙길 수 있어 금상첨화다. 고갯마루에 ‘망운정’이라는 팔각정자와 그네 의자가 있다. 한쪽에 ‘등잔봉 6㎞’ 이정표가 있다.

등잔봉은 괴산을 대표하는 명품길 ‘산막이 옛길’ 위 봉우리다. 호수 주변 편한 길을 따라 걸을 수도 있지만,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한반도 모양의 지형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등잔봉과 천장봉을 거쳐 가는 등산을 해야 한다.

괴산호 연하협구름다리 아래를 떠가는 유람선.

산막이 옛길에서 연하협구름다리를 건너면 충청도 양반길 2코스와 연결된다. 갈론구곡 사기막리 선유대를 지나는 13.5㎞의 길이다. 2016년 개통한 연하협구름다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명소다. 다리 아래 괴산호를 떠가는 유람선이 풍경을 더한다.

조명에 따라 수시로 색깔을 바꾸는 수옥폭포.

기존 유명 여행지를 걷기 좋게 변모시킨 곳도 있다. 연풍면 원풍리 수옥정관광지다. 이곳에 연풍을 대표하는 명소 수옥폭포가 자리한다. 폭포에 최근 야간조명이 설치됐다. 수시로 색깔을 바꾸는 20m 높이의 폭포가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폭포 오른쪽에는 상부로 향하는 데크로드가 조성됐다. 폭포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폭포 위에는 수옥정저수지가 있다. 수변을 따라 데크 둘레길이 이어진다. 밤에는 알록달록 화려한 조명을 밝힌다.

알록달록 나무데크길이 조성된 수옥정저수지.

여행메모
내비에 ‘문광저수지’·음성나들목 이용
올갱이국·민물 매운탕… 괴산의 먹거리

괴산 은행나무길에 가려면 내비게이션에 ‘문광저수지’를 검색하면 된다.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간다면 당진영덕고속도로 음성나들목에서 빠지는 게 가깝고 편하다. 괴산읍에서 19번 괴산로를 따라 10분 남짓 달리면 오른쪽에 나타난다. 테마임도 ‘사계절 사랑해 길’은 ‘괴산읍 남산길 35-116’를 찾으면 된다. 수옥정관광지는 중부내륙고속도로 연풍나들목을 이용하는 게 좋다.

문광저수지에서 산막이 옛길 입구까지는 승용차로 30분 거리다. 입장료는 없지만 주차료를 받는다. 천장봉이나 등잔봉까지 가는 등산로는 2∼3시간 걸린다.

연하협구름다리는 ‘산막이 옛길’로 걸어가거나 산막이 옛길 입구 사오랑마을 산막이나루에서 유람선을 타고 갈 수 있다.

괴산댐 좌측으로 난 협소한 도로를 따라 가는 방법도 있다. 산막이옛길 주변으로 차돌바위나루와 산막이나루, 굴바위나루가 있다. 산막이나루에서 차돌바위나루로 가는 배편이 가장 인기다.

괴산 읍내에 모텔이 몇 곳 있다. 산막이 마을에는 펜션과 민박이 있다. 괴산의 먹거리로는 올갱이국과 민물 매운탕이 유명하다.



괴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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