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 대선판에 ‘박정희 지상주의’


정치권에서 요즘 부쩍 박정희 전 대통령 소환이 늘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침체되고 국민의 삶이 피폐해지면서 경제 부흥이 최대 이슈로 떠오르는 것과 무관치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박 전 대통령을 끌어들였다. 이 후보는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어 제조업 중심 산업화의 길을 열었다”며 “이재명정부는 탈탄소 시대를 질주하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다”고 강조했다. 중도층을 겨냥한 측면도 있지만 ‘경제 대통령, 추진력 있는 이재명’의 이미지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권 주자들은 지난달 26일 박 전 대통령의 42주기를 맞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묘역을 참배했다. 이준석 대표는 “산업화 발전에 헌신하신 박정희 대통령을 기리는 저희의 전통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박 전 대통령 서거 42년이 됐지만 지금 우리는 이 거목의 열매를 따 먹으며 산다”면서 “박 전 대통령의 위업을 기리고 본받아 대한민국 재도약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수천 년 가난과 보릿고개로부터 우리 국민을 해방시킨 그 공로는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를 산업화와 자주국방을 거쳐 선진국의 기반을 닦게 했다”고 했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1일 TK 마음을 잡기 위해 박정희 공항을 만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잘살아 보세’란 강력한 구호로 우리 경제의 기초를 확고히 다진 건 분명하다. 하지만 18년간 장기집권 하면서 친재벌·국가주의·권위주의 등을 고착시켰고 민주주의·정의·평등·인권 등은 경시했다. 요즘 유력 대권 주자들의 정책이나 언행을 보면서 시중엔 또 다른 독재 시대가 다가오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자칫 ‘박정희 지상주의’에 빠져 수십년간 민주화 투쟁 등으로 일궈낸 더 소중한 것을 소홀히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오종석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