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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재난지원금? 문제는 일자리야!”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주특기를 살려 전 국민 추가 재난지원금을 제안했다. 올해 32조원가량의 추가 세수 가운데 몇 차례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해 쓰고 남은 10조원 이상을 재원으로 지목했다. 추가 세수 증가는 민간이 번 돈을 정부가 과하게 거둔 결과이므로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 후보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5차 재난지원금도 다 쓰지 못했는데 다른 나라 지급 수준보다 낮다는 이유로 탕진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추가 세수 증가가 정부가 세수를 잘못 추계해 발생한 결과로 나랏빚 증가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채무 변제 사용에 우선권이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그런데 이 후보는 재정 여력이 없다며 정부가 난색을 표하자 3일 국채 발행을 압박했다. 가계부채 비율(2분기 현재 국내총생산 대비 100.4%)이 높은 것은 국가의 가계 지원이 세계에서 가장 적기 때문이며 국가채무(47.3%로 OECD 회원국 평균 80.9%의 절반 수준)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비정상 상황임을 근거로 제시한다. 부동산시장 과열로 폭등한 가계빚을 잡겠다고 정부가 강도 높은 규제를 시행하는 중인데 정부 지원금으로 어떻게 2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빚을 해결하겠다는 건지 사회주의식 해법 외에는 요해가 안 된다.

경제 효과면에서 지원금이 절실한지도 의문이다. 우리나라 재난지원금은 미국처럼 현금화할 수 있는 수표와 달리 신용카드 충전 방식이므로 소비 진작 수단에 가깝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행한 ‘우리나라의 소비불평등 추정 및 주요 특징 분석’ 보고서엔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를 볼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소득 하위와 상위 각각 20%의 소비불평등 배율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67에서 지난해 3.74로 0.0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난해 가구당 최대 100만원의 1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음에도 저소득층 소비가 저조한 주요 원인을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근로소득 감소로 본다. 보고서는 “근로소득은 처분가능소득에 비해 지속성이 높아 소비에 대한 영향력이 큰 데다 저소득층의 처분가능소득은 코로나 전개 상황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 소비로 연결되는 정도가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풀이했다.

저소득층이나 고소득층 모두에게 처분가능소득을 늘려줄 경우 저소득층 소비가 증가해 경기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이른바 케인즈식 분수 효과가 통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도 재난지원금의 소비 효과가 신통치 않았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14조2000억원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인해 증가한 카드매출액은 4조원으로 26.2~36.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미래 불확실성 때문에 채무 상환이나 저축에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찰스 존스 미국 스탠퍼드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2016년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에 실린 논문에서 “소비불평등 1% 포인트 증가는 민간소비 1% 포인트 감소와 동일한 효과를 야기한다”며 취약계층 소득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부겸 총리가 3일 “1년반 이상 피해가 누적된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 손실보상법으로 도와드릴 수 없는 분이 너무 많다”며 이 후보의 추가 세수 활용 주장에 난색을 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불평등 완화와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하고, 일자리 창출을 통한 안정적인 근로소득 보장이 핵심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역대 정부가 경제위기마다 중산층·서민층 일자리 증대 사업에 힘을 기울이는 것도 소모성 현금 살포보다는 안정적이고 생산적인 근로소득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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