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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안면인식 기술

고승욱 논설위원


영화 ‘본 시리즈’의 첫 작품 ‘본 아이덴티티’는 2002년 개봉했다. 영화에서 CIA 비밀조직의 책임자는 고속으로 재생되는 취리히 시내 CCTV에서 본을 순간적으로 찾아낸다. ‘본 슈프리머시’(2004년)의 베를린 추적신, ‘본 얼티메이텀’(2007년)의 워털루역 장면에서도 전세계 CCTV를 실시간 감시하는 CIA의 능력이 부각됐을 뿐이다. 그런데 2016년에 나온 ‘제이슨 본’에서는 달라졌다. 본은 아테네 시위대 속에 숨었지만 인공위성에 달린 안면인식 카메라에 꼼짝없이 노출된다.

안면인식 기술은 생활에 깊숙이 침투했다. 1986년 세계 첫 특허가 출원된 첨단 분야지만 2017년 삼성전자 갤럭시S8에 적용됐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했다. 경비·보안, 마케팅, 모바일 결제로 영역을 넓혔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9년 32억5000만 달러, 2021년 50억4000만 달러로 성장했다. 영국 경찰이 이 기술로 축구장에서 수배자를 검거한 게 2017년이니 요즘 유행하는 안면인식 도어락은 아이디어 상품 축에도 못 낀다. 게다가 인공지능(AI), 빅데이터와 합세해 감정을 파악하고, 사진 한 장으로 아픈 곳을 찾아내는 영역으로 진화 중이다.

하지만 기술적 발전의 이면에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 안면인식, 홍채·정맥 등 생체인증은 사용자 동의가 전제돼야 쓸 수 있는 기술이다. 20세기 초부터 사용한 지문은 동의 없이 공권력으로 확보할 수 있지만 국가가 철저히 관리한다. 그러나 얼굴은 다르다. SNS에 있는 사진으로 모르는 사람의 트위터 계정을 찾아주는 앱이 이미 나와 있다. 공원에서 누군가의 스마트폰에 찍힌 사진 때문에 신상이 털리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페이스북이 그제 10억명이 넘는 이용자의 스캔 데이터를 삭제하고 안면인식 시스템 가동 중단을 선언했다. 샌프란시스코시가 경찰의 이 기술 사용을 금지시키고, 포틀랜드시가 모든 기업에 안면인식 디바이스를 쓰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기술은 놀랍게 발전하는데 막상 그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점점 더 불편해지니 아이러니다.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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