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여선교사 은퇴후 보금자리 생겼다

세빛자매회, 은퇴관 준공감사예배
해외독신여선교사 은퇴관 국내 처음

김화자 목사, 주선애 교수, 김영자 선교사(왼쪽부터)가 4일 강원도 원주 문막읍에 준공된 ‘해외독신여선교사은퇴관’ 덕주채플 앞에서 대화를 나누며 기뻐하고 있다.

입주 조건은 까다로웠다. 은퇴한 여성 선교사여야 했다.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남편과 사별하고 자녀가 없는 독신도 조건 중 하나다. 조건이 까다로워 입주자가 많지 않을 듯싶었는데 준공 허가가 나기도 전에 1호 입주자가 나왔다.

세빛자매회가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3786㎡(1145평) 부지에 지은 ‘해외독신여선교사은퇴관’ 얘기다. 은퇴한 독신 여성 선교사를 위한 숙소 건립은 국내 처음이다.

세빛자매회는 백수를 목전에 둔 주선애(98) 장신대 명예교수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전국여교역자연합회 복지재단 이사장을 지낸 김화자(77) 목사가 은퇴관 건립을 위해 2019년 만들었다. 1호 입주자인 김영자(78) 선교사도 힘을 보탰다.

세빛자매회는 4일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은퇴관 준공감사예배를 드렸다. 김 선교사는 집기도 들어오지 않은 자신의 방에서 화장실 수압을 점검하는 등 기대감을 나타냈다. 은퇴관엔 김 선교사 방처럼 23㎡(7평) 넓이의 숙소 26개가 있다. 방마다 화장실이 있고 붙박이장도 넉넉해, 혼자 지내는 데 불편함이 없다. 공동 식당과 카페, 의무실은 물론 운동방도 있다. 곳곳에 고령 선교사를 배려한 흔적도 보였다. 화장실 변기 옆에는 넘어지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뒀고 복도엔 손잡이를 만들었다. 계단과 함께 경사로를 만들고 엘리베이터도 설치했다.

주 교수는 “도착하자마자 ‘하나님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했다. 기뻐서 눈물이 난다”며 “예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이곳에 생명의 씨가 떨어졌고 생명의 역사가 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은퇴관 건축은 주 교수의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는 “70, 80년대 한국은 전 세계에 선교사를 파송하면서 세계 선교 기지가 됐다. 그때 열악한 선교지로 나가 40년간 헌신한 독신 여선교사들이 은퇴하고 돌아왔는데 안식할 공간도, 후배 선교사를 양성할 공간도 없었다”고 전했다.

김 선교사는 1982년 예장통합 총회 파송을 받아 서울 영락교회의 후원을 받으며 인도에서 학교를 짓고 보육원을 운영했다. 70세가 되던 해 38년 사역을 마치고 은퇴했다. 그는 “공항에 내렸더니 어디로 갈까 싶었다. 여관으로 갈까 생각도 했다”면서 “은퇴관은 이제 고향이 됐다”며 눈물을 훔쳤다.

준공감사예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그때마다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부지는 황영일 포이에마교회 장로가 내놨다. 황 장로의 조부 황덕주 목사가 교회를 지으려다 주민 반대로 무산된 곳이었다. 주 교수는 4억원 넘는 사재를 내놨다.

김 목사는 “건축비가 모자라 어려움도 겪었는데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뒤 지원이 뒤따랐다. 1240여명의 교회 기업 개인이 후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벌써 4~5명이 들어오겠다고 한다”면서 “입주 자격과 식비 등 최소한의 비용 지불 등 상세 운영수칙도 마련해야 한다. 한국교회의 기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원주=글·사진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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